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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학교 동창 부총리 앉힌 시진핑 … ‘경제 친정’ 강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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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핵심 브레인 류허, 실권 장악

리커창 총리 경제 분야 입지 축소

당 조직 재경영도소조에 힘 실려

중앙일보

류허(劉鶴).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의 친정(親政) 내각 구성이 19일 완료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선출된 부총리 이하 장관급 명단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시 주석의 죽마고우이자 경제 브레인인 류허(劉鶴·사진)의 부총리 발탁이다. 시 주석의 ‘경제 친정’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에서 경제를 중심으로 한 내정은 전통적으로 총리의 영역이었다. 장쩌민(江澤民) 집권기의 주룽지(朱鎔基),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의 원자바오(溫家寶) 등 역대 총리들이 국무원 조직을 지휘하며 경제를 총괄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자신에게 모든 권력 집중시킨 시 주석은 ‘경제=총리 영역’의 등식도 깨뜨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제 장악력은 갈수록 약화됐고 한때 해외 언론에 자주 나오던 ‘리커노믹스’(리커창+이코노믹스의 합성어)란 용어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중요한 경제정책 결정은 국무원이 아니라 당 조직인 재경영도소조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 본인이 이 소조 조장이다. 매년 연말의 경제공작회의도 시 주석이 직접 주재했다.

시 주석의 경제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해 온 브레인이 바로 류허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이다. 그는 베이징 101중학교를 시 주석과 같이 다닌 친구 사이다. 시 주석이 경제 분야까지 완전 장악하게 된 마지막 고비는 2016년 인민일보 지상을 통한 정책 논쟁이었다. 이 때 ‘권위인사’란 필명으로 두 편의 논문을 기고해 공급측 개혁과 질적 성장 등 ‘시진핑 표 경제노선’을 설파한 장본인이 류허였다.

그는 19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부총리에 선출됐다. 이로써 국무원에 대한 장악력까지 갖게 된 류 부총리에게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총리보다 더 센 부총리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나머지 부총리 세 자리에는 한정(韓正) 상무위원과 쑨춘란(孫春蘭) 전 통일전선부장,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 서기도 부총리에 선출됐다. 한 상무위원이 상무부총리를 맡고, 여성인 쑨은 전임자인 류옌둥(柳延東)의 뒤를 이어 사회 문화 분야를 맡을 전망이다.

외교담당 부총리 승진설이 나돌던 양제츠 정치국원은 부총리 명단에서 빠졌다. 그가 맡아온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겸임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하지만 외교 분야의 힘은 여전히 양제츠에 쏠릴 것이란 게 중론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양은 현재 외사공작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서 부소조장으로 올라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조의 조장 역시 시 주석이다. 다시 말해 국무원과 일선 부처의 힘은 약화되고 류허(경제)와 양제츠(외교)가 이끄는 직할조직인 영도소조를 통해 시 주석의 친정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이밖에 시진핑의 군내 친위세력으로 분류되는 웨이펑허(魏鳳和)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이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부총리급)으로 발탁됐다. 미사일 부대 출신인 그의 기용은 미국에 맞선 미사일 전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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