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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밀착카메라] 국도 곳곳 흉물로 방치된 '폐업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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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들이 속속 개통했습니다. 그만큼 교통은 원활해졌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국도나 지방도로에 난립했던 휴게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운전자는 물론, 인근 주민들도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강원도의 한 휴게소입니다.

한때는 이곳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는데요.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설악산의 전경을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는 명소로 소문났기 때문입니다.

저희 취재진도 지난해 6월 이 휴게소에 들려서 편의점과 화장실을 사용했는데요.

지금은 문이 이렇게 잠겨있고, 바깥에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납부 독촉장만 걸려있습니다.

식당 안 의자와 테이블에는 먼지만 쌓여있고, 수조는 버려졌습니다.

편의점 매대에는 제품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2006년에 세워진 이 휴게소는 몇 달째 주유소만 운영하는 반쪽짜리 신세입니다.

주인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휴게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지저분해졌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나가던 시민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관리를 안 하는 휴게소에 남아있는 것은 쓰레기들뿐입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요.

화장실을 모두 잠가놨다는 것입니다.

이때문에 용변이 급한 일부 시민들이 장애인 화장실을 무단으로 사용했는데요.

안으로 들어가보면, 저희가 방송으로 보여 드리기 힘들 정도로 내부는 심각하게 더러운 상태입니다.

불과 2시간 동안 수십 명이 화장실을 쓰려고 차에서 내렸다가 되돌아갑니다.

[주유소 화장실 가야 해. 다 닫았어.]

주유소 화장실을 안내하는 문구도 못 본 사람들의 마음은 더 급해집니다.

[이제 고속도로 타고 (다른 곳) 가야죠. 황당하죠.]

주민들도 환경오염 등 불편을 호소합니다.

[주민 : 전기료도 못 내는 판국인데, 관리가 되겠어 저거? 다 전기 끊겼죠?]

해당 시설물은 인근 톨게이트 운영 업체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임대업자가 지난달 쯤부터 무단으로 영업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체 관계자 : 그분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공과금도 많이 밀리고, 임대료도 거의 넉 달 치 밀린 상태라 해지 소송을 진행 중이거든요. 어쨌든 소송이 끝나야…]

경기도 양평군의 또 다른 휴게소입니다.

설립 초기만 해도 미국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따 지역 명소로 알려졌지만, 10년 넘게 방치됐습니다.

간판만 아니면 이곳이 휴게소였는지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옛날에 왔었는데,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서요. (폐업한 거 알고 계셨어요?) 몰랐어요.]

국도 주변 휴게소들이 본격적으로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신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입니다.

하지만 전국 국도와 지방도로에 방치된 휴게소가 몇 곳인지 정확한 집계도 없는 상황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국도로공사 관리하에 규모와 간격 등 설치 기준을 따르는 데 반해, 국도변 휴게소 대부분은 개인이 음식점 등으로 영업 신고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 그 고속도로에 있는 진짜 휴게소 말고는 따로 (휴게소로) 영업신고 하는 게 없어요.]

시민들 불편은 커지고 있지만, 담당 지자체들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 저희가 뭐 그거를 철거할 거는 없죠. 그분이 영업을 안 한다고 한 거니까.]

각종 편의를 제공하던 휴게소들은 이제 국도의 흉물로 전락했습니다.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해명 대신에, 이제는 실태조사를 통한 폐업 안내와 철거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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