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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상고심 사건 ‘밀물’… 대법관 업무부담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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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만6400여건… 6년새 최고치 / 처리율은 95.3% 그쳐 최저치 기록 / 재판 보좌 연구관 감소세 등 영향 / 대법관 1인당 연간 3570건 맡아… 상고심제도 개선·증원 시급 지적

세계일보

대법원의 사건 적체가 심각하다. 지난해 대법원이 접수한 상고심 사건이 최근 6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처리율은 최저치에 머물렀다.

법원행정처가 1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고심 본안사건 접수(당해 연도 기준, 형사는 피고인 수 기준) 대비 처리율은 95.3%에 그쳤다. 2012년 101.3%, 2013년 97.3%, 2014년 101.4%, 2015년 100.1%, 2016년 98.7% 등과 비교해 처리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행정처 한 관계자는 “상고심 사건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 수가 줄어들고 (지난 1월 대법관 2명이 퇴임했는데) 퇴임을 앞둔 대법관이 장기 미제사건 처리에 집중한 점 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새 대법원은 하급심 충실화를 위해 과거 같으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기수의 판사들을 각 법원으로 보내 1·2심을 맡도록 하고 있다.

상고심 사건은 2015년 4만1850건으로 4만건을 돌파한 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만6412건으로 2016년의 4만3694건과 비교해 2718건 늘었다. 총 13명인 대법관이 1인당 1년에 3570건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판연구관은 2015년 108명에서 2016년 105명, 지난해 99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99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이처럼 과도한 상고심 사건 적체로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상고심 제도 개선을 가장 시급한 사법개혁 과제라고 선언했다.

대법원은 20일 예정된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대법관 증원을 포함해 상고허가제 도입, 고등법원 상고부 또는 상고심사부 설치, 상고법원 신설, 대법원 구성의 이원화 등 모든 방안을 놓고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하지만 상고법원이나 상고허가제 등은 도입이 무산됐거나 이미 도입됐다가 좌초한 바 있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상고심 사건 중 덜 중요한 사건만 전담하는 상고법원은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 상고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상고허가제는 1981년 3월 도입됐다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0년 9월 폐지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법관 증원이 상고심 사건 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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