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대학가 미투에 사직서 뒤로 숨는 교수들…"진상조사 반드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직과 파면은 차이…사직으로 면죄부 줘서 안돼"

세종대·동덕여대·한국외대, 수리 유보하고 진상조사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대학가에서 '미투(#Me too)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의 '줄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징계를 통한 파면'과 '자진 사직'의 사후 조치가 크게 달라서 사직 여부와 관련 없이 진상조사와 징계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사직 여부와 관계없이 올바른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19일 세종대·동덕여대·한국외대 성폭행 가해 지목 교수 3명 사직

19일 하루에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세명의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김태훈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이날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명의 피해자로부터 지난달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직서를 내겠다는 생각에는 처음부터 변함이 없었다"며 "다만 학교에서 진상조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해 미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일지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본명 임종주·62·문예창작과)도 이날 교수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사건 피해자와 '미투운동'에 대한 비하발언, 학부생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 교수는 이날 오후 2시쯤 연 기자회견에서 "이제 문학교수로서의 제 자존심은 깊이 상처를 입었고, 인생의 한 부분을 바쳐 지켜온 제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며 학교측에 사직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거나 수업 중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또 '중동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A교수도 이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사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A교수가 2008년 한 대학원생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A교수는 이에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제보자의 마음에 상처와 고통을 입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모교와 동료 교수님, 학생들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며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뉴스1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뒤로는 재학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18.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직여부 관계없이 학교 당국 조사 계속·파면해야"

이들의 사직서 제출에도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파면과 사직은 이후 연금·출강 등에 있어 차이가 크다. 파면이 될 경우 교직원 연금 수령·타 학교 출강에 많은 제재를 받게 되지만 자진해 사직하는 경우는 이러한 제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직서 수리여부와 관계없이 올바른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직으로 성폭행 의혹이 무마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날 하일지 교수가 입장을 표명한 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학교 측이 사직서를 수리하기 전에 진상조사와 이를 통한 징계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스스로 사직을 할 경우 제대로 된 조사와 중징계,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따라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김 교수는 "사직은 권력자인 교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인 동시에 면죄부가 될 수 있다"면서 "(대학교 측에서) 중징계의 선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학생들이 최근의 미투 흐름 속에서 용기를 내 입을 열었는데 사직서가 수리된다면 아무런 조치 없이 끝날 수가 있다"면서 "올바른 진상조사가 이뤄져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대·동덕여대·한국외대 측은 모두 사직서 수리를 유보하고 진상조사를 선행할 예정이다. 학교 측에서는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 등을 개최할 지 결정할 방침이다.
min785@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