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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내가 피해자" 하일지 발언에 동덕여대 학생들 "파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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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요구하는 학생들에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기자회견중 수차례 언쟁…"학생들 철없다"에 반발도

뉴스1

1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에서 재학생들이 하 교수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18.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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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유경선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사건 피해자와 '미투(#MeToo)운동' 비하발언 논란, 학부생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동덕여자대학교 하일지 교수(본명 임종주·62·문예창작과)가 19일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회견 장소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200여명이 모여 하 교수에 대한 '보이콧'에 나섰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중앙홀에는 학생 50여명이 하 교수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상노출을 우려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학생들은 '하일지 교수는 공개 사과하라' '하일지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 '하일지 아웃(OUT)' 등의 내용이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총학생회측에서 준비한 손피켓 60장이 순식간에 동이 나면서 60장을 더 출력해와야 했다.

중앙홀 내부 벽면과 건물 주변에는 하 교수의 여성혐오 발언과 성추행 가해 사실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빼곡히 붙었다. '일지부동(一指不動)', '일지반해(一知半解)' 등 하 교수의 필명을 연상시키는 사자성어를 통해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벽보도 눈에 띄었다.

오후 2시쯤 하 교수가 학생들 뒤편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던 학생들은 "웃지 말고 사과하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 교수는 "문창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학생들이 너무 어려서 이런 것(인간 본성)에 대해 두루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논란의 원인을 학생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학생들에게 사과하거나 수업 중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하 교수가 "어쩌면 여러분이 부끄러운 것을 감추기 위해 내 사과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정직하지 못한 것이고 비지성적인 일이다"라고 말하자 "말 똑바로 하라"며 거센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학생들과 하 교수 사이의 설전도 이어졌다. "카메라 앞에서 (면담) 약속을 잡으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하 교수는 "예의를 지켜 달라"며 "한꺼번에 마구 말해서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라고 힐난하고 나섰다.

이윽고 하 교수가 자신의 성추행 고발 건에 대해 "누가 피해자냐고 하면 내가 피해자"라고 말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섞인 탄식이 퍼져 나갔다. 한 학생은 "짜증이 나서 못 듣겠다"며 자리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뉴스1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며 재학생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18.3.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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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50분쯤 기자회견을 마친 하 교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나서려 하자 학생들은 하 교수를 에워싸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오하림 동덕여대 인문대 학생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가 그렇게 사과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자 하 교수는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 사과할 게 없다"고 받아쳤다.

오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였으니 학생들의 태도를 이해하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인간적으로도 저 사람이 맞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하 교수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회견장소를 찾았다는 방송연예과 2학년 재학생은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며 "학생들과 공감해야 할텐데 자기 입장과 변명만 늘어놔 답답하다"는 소회를 전했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하 교수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를 저지르고 자신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라고 말한 데 놀랐다"며 "(학내 성폭력은) 위계에 의한 범죄인데 어떻게 교수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 성범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며 "성윤리위가 열린다고는 하지만 학생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인권센터 설립을 (학교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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