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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한부 연기했지만…여야 개헌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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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野 청개구리 협상…협상하지 말자는 것"

한국 "개헌이 애들 불장난인가…불장난하면 오줌 싸"

정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고성만 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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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6일 개헌안 발의 지시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사진합성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박경준 이슬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개헌안 발의 시점을 26일로 늦췄지만, 여야의 대립 속에 국회의 개헌 논의는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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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개정안을 26일 발의할 수 있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야당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지만, 마지막 노력을 다해나가겠다"면서 "21일 예정된 개헌 발의를 26일로 미뤄주실 것을 문 대통령께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요청을 청와대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일단 국회는 대통령안 발의까지 1주일의 추가 협상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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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개헌안 26일 발의, 내일부터 3일간 대국민 설명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청와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26일 발의할 수 있게 준비에 만전 기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scoop@yna.co.kr



그러나 당청 모두 26일을 마지노선으로 못 박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어 제한된 시한 안에 근본적 시각차를 극복하고 절충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개헌의 투표 시기를 놓고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고수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6월 합의안 도출을 주장하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당 역시 현실론을 들어 한국당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어 양측이 대립 전선을 형성한 상황이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분권을 기반으로 한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무게를 둔 반면 한국당은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해 원내 1·2당의 입장차가 선명하다.

여야는 이날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놓고 난타전만 이어갈 뿐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개헌하자는 것인지 호헌하자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면서 "야당은 자신들의 개헌안도 없이 국민 개헌 요구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개헌 시기와 발의주체 시비로 국민의 개헌 요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며 한국당을 정면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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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문 대통령, 개헌안 26일 발의 지시…20~22일 대국민 설명



우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6월 개헌안 발의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개헌을 하지 말자는 눈속임"이라며 "야당과 협상을 하는데 시기를 이야기하자고 하면 내용을 이야기하자고 하고 그래서 내용을 이야기하자고 하면 논의에 개시 조건을 붙여 막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청개구리 협상 태도로, 협상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관제개헌은 명분 없는 처사일 뿐"이라며 "21일이든 26일이든 관제개헌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를 강력히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 발의 일자를 엿장수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암담한 정국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개헌 장난은 아이들 불장난과 똑같다. 불장난을 많이 하면 밤에 자다가 오줌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청와대는 국회가 불신받는다는 이유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배척했지만, 근본 원인은 국회 그 자체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면서 "8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을 고수 하려는 것은 촛불 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여권의 4년 중임제 입장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6월 개헌 거부를 못 박은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독 개헌안 발의 시 개헌은 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대신 국회에 의견만 전달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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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개헌안 등 정국현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srbaek@yna.co.kr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별도 회동을 하고 개헌 문제를 포함한 현안 논의에 나섰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의 '불장난' 발언을 언급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고, 김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와 연계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민주당이 야당 시절) 론스타 국조를 할 때 무슨 국익을 이야기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가 지금처럼 공방만 거듭한 채 논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결국 개헌의 불씨를 살려놓기 위해 향후의 시기를 못 박으며 장기 논의 과제로 미뤄놓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해 현재로서는 이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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