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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업 78% "근로시간 단축, 경영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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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달 공개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9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 엔지니어 1000여 명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해 밤 12시까지 근무했다.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전 세계에 보내 테스트한 뒤 리포트를 받고 오류(버그)를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하는 작업을 반복한 것이다. 각국 통신업체마다 통신 규격이나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버그 리포트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밤낮없이 쏟아지는 문제를 그 어떤 경쟁사보다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고 대응한 것이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한 비결"이라며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개발 비중이 20% 정도이고 80%는 버그 수정이기 때문에 삼성 스마트폰의 완성도는 직원들이 투입한 시간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는 24시간 비상 대기 상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과연 앞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7월부터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삼성전자의 장점인 신속 대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차기 갤럭시 시리즈 출시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본지가 지난 16일 기업 연구소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 157곳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7.7%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 경영 활동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답했다.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22.3%에 불과했다. 또 조사 대상 CTO의 17.2%만 '근로시간 단축에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집중적 탄력 근무를 노사 합의에 맡기고 법 적용 예외 업종을 확대하는 등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일과 여가의 균형을 찾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는 좋지만 업종, 직군별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 시행이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기업들이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국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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