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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이건희 차명계좌 수백억 과세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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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융사들이 1차분 112억 납부

이후 실소유주에 구상권 청구

고율과세 절차 본격화 수순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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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수년간 1천여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재벌 총수들에 대한 고율 과세 조처로, 1천억원 이상의 세금 납부를 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회장에 대한 고율 과세와 과징금 부과를 두고 숱한 논란을 겪은 끝에, 실제 세금 납부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18일 국세청과 금융투자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국세청은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에 금융실명법상 차등과세 조항에 따라 산출된 납부세액 1039억원을 고지했다. 금융실명법은 계좌의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인이 다른 사실이 수사당국 수사나 금융감독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확인된 경우에 한해,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90% 세율로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이자·배당소득에는 14%의 세율만 매기고 있어 징벌적 조처로 볼 수 있다.

이번 납세는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금융회사들이 먼저 이 회장 등 계좌 실소유주를 대신해 세금을 낸 뒤, 실소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미 과세 대상 차명계좌 대부분이 해지된 탓에 원천징수를 할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상권 절차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세금 대납을 미뤄온 금융회사들이 지난 2월 말에 고지된 1차 세액을 모두 납부했다. 이어 국세청이 다시 2차 고지분을 3월 초에 금융회사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금을 대신 낸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이 회장 등에게 구상권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 고지한 구체 내용을 보면, 우선 1차분 고지(2월)에선 이 회장 차명계좌의 경우 2008년 1~3월과 2013년 1~3월에 발생한 소득이 과세 대상으로 분류됐다. 또 다른 과세 대상자의 차명계좌에서 2013년 1~3월 동안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포함해 112억원이 납부세액으로 정해졌다. 이번 과세 대상에는 이 회장 외에 다른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납부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수사당국에 의해 차명계좌 운용 사실이 적발된 이재현 씨제이 회장이나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차명계좌에 운용한 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회장이 내야 할 몫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이어 2차분 고지(3월)에선 이 회장 계좌에서 2008년 4월~2012년 12월, 2013년 4~12월에 발생한 이자·배당소득, 나머지 과세 대상자는 2013년 4~12월 발생한 소득이 대상이다. 납부세액은 927억원이다. 1, 2차를 합한 총 1039억원 납부세액 가운데 현재는 112억원만 금융회사들이 세금을 낸 상태다. 이번에 국세청은 우리은행 등 은행들에도 납부 고지서를 보냈지만 해당 세액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국세청이 두 차례로 나눠서 고지한 이유는 국세기본법상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국세기본법을 보면 과세 대상자가 부정한 방식으로 과세를 회피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10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5년으로 두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과제척기간 규정으로 보면 과세당국이 징수할 수 있는 소득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1월부터 발생한 소득”이라고 말했다.

과세당국의 뒷북 대응으로 2008년 이전에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소득은 과세 대상으로 잡히지 못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1229개에 달하는 차명계좌를 운용해오다 2008년 특검 수사와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된 뒤, 2008년 말~2009년 초에 해당 계좌에서 대부분 자금을 빼갔다. 결과적으로 20여년간 2조1646억원(2007년 말 기준)이 넘는 재산을 차명계좌에 은닉해온 것에 견주면 법 위반에 따른 벌칙으로 이 회장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미미한 수준인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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