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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9일새 설원 63.93㎞ ‘철인’ 신의현, 다음 목표는 ‘핸드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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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한국 유일의 ‘금’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1위

바이애슬론, 오픈계주까지 7종목 뛰어

“도쿄패럴림픽 때 핸드사이클 도전하고 싶어”



한겨레

신의현이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한국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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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즙을 시장에 내다파는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루 200~300㎏의 칡을 산에서 캐 왔다. 어머니는 1㎏에 500원씩 쳐서 아들에게 줬고, 아들은 칡을 캐기 위해 삽과 괭이질을 하느라 잡아당기는 팔의 힘이 무척 세졌다. 아들은 또 밤이 나올 시기에는 1포대에 40㎏ 정도 들어가는 밤을 몇백짝씩 주워서 어머니에게 가져다줘 살림에 보탬이 되게 했다.

그런데 대학 졸업식 전날 밤이던 2006년 2월, 아들은 부모의 농사일을 돕고 트럭을 몰고 가던 길에 마주 오던 차와 부닥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나흘 만에 깨보니 두 다리가 휑했다. 3년 동안 실의 속에 두문불출했다. 그러나 가족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 휠체어농구 등 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9년 만에 올림픽 무대 최고봉에 올랐다.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군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에서 1위(22분28초4)를 차지해 한국선수단에 유일하게 금메달을 선사한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스타 신의현(38·창성건설) 얘기다. 한국이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 이후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이전 대회까지 은메달 2개가 전부였다.

신의현은 이번 겨울패럴림픽에서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8일 동안 6개 개인종목(크로스컨트리스키 3, 바이애슬론 3)에 출전해 ‘5전6기’ 끝에 금메달을 따내는 등 불굴의 투혼을 보여줬다. 그는 경기 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결승선까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뛰었다”고 했다. 그는 대회 폐막일인 18일에도 크로스컨트리스키 4×2.5㎞ 오픈계주에 권상현·이정민과 함께 출전해 2.23㎞를 더 뛰었다. 9일 사이 7개 종목에서 걸쳐 무려 63.93㎞를 뛴 셈이다. 그의 별명 ‘아이언맨’(철인)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신의현은 이와 관련해 “7종목 출전은 제 의지였다. 훈련을 많이 할 때는 하루 50~60㎞를 달려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었다. 이번에도 두 경기 하고 하루 쉬어 부담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다른 종목에서 계속 메달권 밖으로 처지자 “반드시 애국가를 듣고 싶다”는 불타는 의지를 보여줬는데, 폐막 하루 전 기어코 자신의 목표를 이뤄냈다.

신의현은 금메달을 따낸 직후 “어머니는 제가 (교통)사고 난 뒤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눈 못 감으실까 봐 결혼도 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도 보여드리려고 했다”며 “이제 금메달까지 땄으니,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고, 효자가 되겠다. 어머니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통사고를 당하던 해 어머니의 권유로 결혼한 베트남 출신의 아내 김희선(31)씨를 떠올리며 “집에서 아기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에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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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현(왼쪽)이 18일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결산 한국선수단 기자회견에서 배동현 단장과 포옹하고 있다.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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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현의 도전은 이번 겨울패럴림픽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18일 한국선수단 결산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이번에 바이애슬론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을 의식한 듯 “사격에 전념할 생각이다. 자존심이 상했는데 (4년 뒤) 베이징에서 만회하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다가올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는 “핸드사이클 종목에 도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평창/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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