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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권탄압 대명사' 된 수치…호주-아세안 정상회의서도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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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시내선 비난 집회…일각선 '인권범죄' 기소 시도도

말레이 총리는 수치 면전서 "로힝야 문제 심각" 언급

연합뉴스

2018년 3월 18일 미얀마의 최고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의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한때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주요 외교행사에서마다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8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호주-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시드니 시내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미얀마와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 아세안 일부 회원국에서 여전히 인권탄압과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중 특히 비난이 집중된 대상은 수치 자문역이었다.

그는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박해를 받아 온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경의 인종청소 행위를 묵인 혹은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 하루아침에 인권탄압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시위대는 수치 자문역을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로 묘사한 팻말을 들고 1991년 수치 자문역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을 회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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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7일 호주-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시드니 시내에서 미얀마 군경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인종청소에 항의하는시위대가 미얀마의 최고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을 비판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 멜버른 치안법원에는 수치 국가자문역을 인권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우기 위한 '사인소추'(私人訴追)가 제기되기도 했다.

사인소추는 피해자나 관계인 등 개인이 직접 법원에 가해자를 상대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크리스천 포터 호주 법무부 장관은 자국 변호사 5명이 제기한 해당 공소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국가 지도자와 정부수반, 외무장관은 외국의 형사 소송 대상이 될 수 없고 면책특권을 지닌다"면서 "아웅산 수치는 완전한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치 자문역에 대한 사인소추는 불발됐지만, 이런 시도가 이뤄졌고 호주 법무부가 사인소추 가능 여부를 판단해 언급했다는 것 만으로도 수치 자문역에게는 망신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호주-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중 일부는 수치 자문역의 면전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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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7일 호주-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와 미얀마의 최고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오른쪽)이 나란히 앉아 있다. [EPA=연합뉴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라카인주의 상황은 더는 (미얀마의) 내정 문제로 남아있지 않다"면서 "이 문제는 역내 국가들을 위협하는 심각한 안보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부의 박해에 미래를 잃은 로힝야족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에 포섭돼 급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집 총리가 이 발언을 할 때 수치 자문역은 불과 수m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나집 총리는 2016년 말 로힝야족 난민 사태가 시작될 즈음부터 미얀마 정부와 수치 자문역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해 왔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도 19일로 예정된 수치 자문역과의 양자회담에서 미얀마의 인권문제를 언급할 계획이다.

미얀마 라카인 주에선 작년 8월 시작된 로힝야족 반군에 대한 군경의 대규모 토벌 작전이 인종청소로 변질해 수천 명이 살해되고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인종청소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을 자국으로 송환한다는 협약을 체결하고도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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