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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스티븐 호킹 박사가 노벨상 대신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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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입증' 못했지만 1000만 명이 '인정'

아시아경제

스티븐 호킹 박사(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난 14일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아이작 뉴턴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잇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혔지만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그가 평생 연구한 블랙홀과 우주론은 실험을 통해 이론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 대상이 먼 우주에 있어 그와 노벨상의 인연은 멀어졌지만 물리학자로서 스티븐 호킹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그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했고 우리를 우주로 초대했다.

◆최고 물리학자였지만 노벨상과 인연 없는 이유=갈릴레오의 사망 300주년이 되는 1942년 1월 8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호킹 박사는 1974년 최연소 왕립학회 회원이 됐고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언 석좌교수를 지냈다. 특히 케임브리지대 루카시언 석좌교수는 뉴턴이 1663년 맡았던 보직이었고 그는 자연스럽게 뉴턴의 계보를 잇는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호킹 박사의 연구 분야는 우주의 구조와 기원을 밝히는 우주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양자 중력 이론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호킹 복사' 이론을 통해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빛의 형태로 다시 내뿜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업적들은 이론적으로는 계산되지만 명확히 관측된 적은 없다. 그가 실험을 통한 발견에만 주어지는 노벨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이유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스티븐 호킹=호킹 박사의 연구는 노벨위원회에게는 멀리 있는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과는 가장 가깝게 있었다.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대중이 가장 인정하는 물리학자였던 셈이다. 21세였던 1963년부터 앓아온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 특수 설계된 컴퓨터와 음향기기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과학 강연을 펼쳤다. 그는 휠체어에 의지해 안면에 부착된 센서로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고 이를 목소리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했다. 병을 진단 받고 앞으로 몇 년 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곧 죽을 수 있다는 불안도,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육체의 장애도 그가 과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최초의 대중과학도서로 꼽히는 '시간의 역사'는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선데이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237주 동안 올라 있었고 전 세계 30개국에 1000만 부 이상이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다. 그는 이 책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와 물질,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지름이 10만 광년인 은하 속에 살고 있다. 그것도 수천억 개의 은하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는 10억년마다 5∼10%씩 팽창하면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가장 먼 천체의 경우라면 그 빛이 약 80억년 전에 떠난 셈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과거의 모습일 뿐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길 페임랩=호킹 박사처럼 과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선발하는 '페임랩'이 대표적이다. 페임랩은 영국 첼튼엄 과학페스티벌의 주 행사로 2005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50여개국 5500여명이 참가했다. 대회 방식은 과학을 주제로 한 3분 이내의 발표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다. 파워포인트와 같은 발표 자료 없이 청중들이 쉽게 과학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페임랩 국제대회의 한국 대표를 뽑는 '2018 페임랩 코리아'는 현재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만 20세 이상의 과학, 공학, 수학 분야의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연구자, 관련 직무 종사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신청은 19일 오후 5시까지 페임랩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된다. 최종 우승자는 호킹 박사의 고향 영국에서 열리는 페임랩 국제대회에서 30여개 국가의 대표들과 한 무대에 서게 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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