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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서울 아파트 '두 얼굴'…청약은 후끈, 기존 주택시장은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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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5천만∼2억원 내려도 안 팔려…개포주공1 관리처분 앞두고 거래 실종

'로또 아파트' 개포 주공8단지 견본주택은 인산인해…"양극화 지속될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지난 주말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 주공8단지) 견본주택이 예비 청약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반면, 서울·수도권의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등 악재가 터진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매수세가 끊겨 1억∼2억원씩 떨어진 매물도 거래가 잘 안 된다.

당장 시세차익이 가능한 새 아파트에는 중도금 대출 불가 방침에도 수요자들이 몰리는 반면, 기존 주택시장은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망세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다음달 초 관리처분인가 승인이 날 예정이지만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관리처분인가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양도소득세 등 절세가 가능해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최근 장기 보유자의 매물이 나와도 살 사람이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전용 42㎡의 경우 올해 초 15억4천만∼15억5천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14억8천만원으로, 6천만∼7천만원 내렸으나 거래가 안 된다.

개포동의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관리처분인가 날짜가 잡혀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이 확실하고 급매물도 나오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면서 "인근 개포 주공8단지 분양 문의는 많이 오는데 재건축 아파트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작년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만 봐도 관리처분인가 직전 거래가 급증했는데, 개포는 지금 그런 특수를 전혀 못 누리고 있다"며 "장기보유자 매물로 거래 가능한 매물도 한정돼 있는데 그마저도 안 나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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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도 거래가 뜸한 개포 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최근 호가가 5천만∼1억원 이상 내렸지만 거래가 잘 안 된다.

112㎡의 경우 올해 초 19억원까지 팔리던 것이 현재 18억∼18억5천만원으로 떨어졌고, 최고 20억1천만원까지 팔렸던 119㎡는 현재 19억2천만∼19억6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주공5단지는 이달 말 국제설계현상공모 결과도 나오고 건축심의도 나올 예정이어서 호재가 있는데 매수문의는 급감한 상태"라며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부담도 있고,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매수자들이 덤비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다주택자들이 시세보다 1억∼1억5천만원가량 싸게 내놓은 급매물만 일부 팔렸을 뿐 정상 매물은 팔리지 않고 쌓이고 있다.

대치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원대 중반의 자금으로 강남권에서 살 아파트가 마땅찮다 보니 은마아파트에 관심은 많은데 집값이 떨어질까 봐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개포 주공8단지 청약으로 관심이 쏠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관리처분인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고점 대비 1억∼2억원 이상 내린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가 잘 안 된다.

안전진단 강화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3단지와 11, 12단지 등지에는 2천만∼3천만원가량 내린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한국감정원 시세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의 호가가 조정되면서 지난주 양천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4주 만에 0.0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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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남권이 주춤하면서 비강남권 아파트들도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13억∼13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가 뚝 끊겼다. 성동구 옥수동의 인기 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설 이후 매수 문의가 실종돼 거래가 안 된다"며 "매수자들은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원하는데 가격은 아직 그대로여서 매수-매도자간 호가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뉴타운 일대도 가격이 단기 급등하면서 매수세가 관망하는 분위기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의 주택 거래가 위축돼서인지 이곳도 거래가 확 죽었다"면서 "최근 열흘 정도 매수문의도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최근 가격이 너무 올라서인지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거래 침체가 두 달째 접어들면서 매도자도, 중개업소도 다 걱정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분당신도시도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쫓아오질 못하는 분위기"라며 "설 이후 매수문의가 거의 없고 거래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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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로또'로 불리며 방문객들이 몰려든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에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당첨만 되면 5억∼7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진 강남 일원동 개포 주공8단지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는 지난 16∼17일 이틀 동안에만 2만7천여명이 다녀갔다.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과천 위버필드' 견본주택에도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 되는 '로또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가 침체되는 양극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반면, 종합부동산세 논의가 본격화되며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매매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급매물이 거의 다 소화된 상태여서 한동안 거래 공백이 지속될 것"이라며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관리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새 아파트 청약에는 청약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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