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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주홍글씨' vs '예방책'…학폭 학생부 기재금지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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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협, 교육부에 제안…"학교가 분쟁의 장"

"가해학생 면죄부" "대안 마땅찮아" 반발도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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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폐지를 추진한다. 학교가 분쟁의 장이 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가해학생에 면죄부만 주는 처사라는 반발도 나온다.

18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최근 3월 정기총회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폐지를 교육부에 공식 제안키로 의결했다. 건의안은 오는 22~23일께 전달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폐지는 그동안 시·도교육감들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사안"이라며 "이번 총회를 통해 다수의 의견을 재확인하고 제안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가해학생에게 9가지 징계처분 중 반드시 1가지 이상을 내려야 한다.

학폭위의 가해자 조치사항은 징계처분 정도에 따라 1~9호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Δ1호 서면사과 Δ2호 접촉, 협박 및 보복금지 Δ3호 교내봉사Δ4호 사회봉사 Δ5호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Δ6호 출석정지 Δ7호 학급교체 Δ8호 전학 Δ9호 퇴학 등이다.

교육부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보면,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사항은 학생부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학생부 기재는 진로·진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학생·학부모들은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 학생부에 남게 될 '주홍글씨'를 막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시·도교육감들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일부를 학생부에 기입하지 말자고 주장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학입시에 영향을 주는 학생부에 기재하다보니 학교현장에서는 법적분쟁이 잇따른다"며 "그러다보니 피해학생의 회복과정은 생략되고 소송전만 남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상당수 가해학생 학부모들이 역량 있는 변호사를 구해 전문성이 부족한 학교를 상대로 법적분쟁을 벌여 승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덕분에 가해자는 징계처분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데 처벌과 사과를 바라던 피해자들은 또다시 불합리한 결과를 보며 2차 피해를 입는다. 학교도, 교사도 피해학생을 볼 낯이 없어 총체적인 문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학생부 기재 폐지를 제안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마땅한 대안 없이 무조건 기재하지 말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해학생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고 예방책도 사라져 학교폭력이 더욱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학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을 가감없이 적는 기록"이라며 "학교폭력을 했는데도 가해기록이 남지 않는다면 그 학생부는 거짓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또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적는 본질적 이유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폭력을 막는 예방책을 왜 없애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안의 부재를 염려했다. 최희영 (재)푸른나무청예단 상담·사업본부 SOS지원센터장은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폐지로 피해학생·학부모들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며 "만약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학생·학부모나 학교현장의 우려는 말끔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협의회의 제안뿐 아니라 각계 의견도 더 수렴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앞으로 교원단체, 시민단체, 학부모 등 여러 의견을 듣고 올해 하반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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