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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패럴림픽] 비록 메달은 못땄지만...'오벤저스', 박수받아 마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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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기 결과를 확인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3.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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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휠체어컬링 대표팀, '오벤저스'가 박수받아 마땅할 도전을 마쳤다. 그들이 평창의 무대에 서기까지 남긴 발자취를 돌아봤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17일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캐나다에게 3-5로 패해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한국은 이번대회 예선 1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쉬움을 남기게 돴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이 피땀 흘리며 묵묵히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승리다.

서순석(47·스킵)과 방민자(56·리드), 차재관(46·바이스), 정승원(60·서드), 이동하(45·후보)로 구성된 대표팀은 모두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고 장애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컬링을 통해 장애를 끌어안았고, 꿈의 무대에 섰다.

주장이자 스킵인 서순석은 중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그런데 스물 셋, 청춘의 나이에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며 척수장애로 하반신을 못 쓰게 됐다.

그러나 서순석은 휠체어컬링을 새로운 활력소이자 목표로 삼고 다시 일어섰다. 40살에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휠체어컬링을 시작했고, 특유의 끈기를 발휘하며 실력을 쌓았다. 마침내 국가대표가 돼 소치패럴림픽까지 참가했으나 9위에 그치고 말았다.

서순석은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지난 4년간 휠체어를 타고 매일 5㎞씩 운동장을 달렸다. 처음 패럴림픽에 나서는 팀원들을 격려하며 대표팀의 실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브리티시 컵에서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비록 평창에서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소치 때보다 진일보한 실력을 증명했다. 그의 도전은 실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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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18.3.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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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벤저스의 첫 투구는 리드 방민자의 손에서 이뤄졌다. 방민자는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호그 투 호그(스톤 속도를 측정하는 시작점과 끝점) 속도가 9초대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에게도 세상과 통하는 문을 굳게 닫아걸었던 시간도 있었다. 방민자는 2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10년 동안 문 밖을 나서지 않았다. 절망에 빠진 언니를 더 두고 볼 수 없던 동생이 장애인복지관에 다녀볼 것을 권유했다.

방민자는 그렇게 운동을 시작해 휠체어컬링을 만났다. 휠체어컬링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다. 그는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호그 투 호그(스톤 속도를 측정하는 시작점과 끝점) 속도가 9초대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유했다.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휠체어를 타고 전 세계를 누볐다. 가족을 위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힌 방민자지만, 그동안 평창에서 흘린 땀이 분명 메달보다 값지다.

세컨드 차재관은 아내를 재활병원에서 만났다. 아내는 그와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다. 일을 하던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에게 아내는 절망 끝에서 만난 희망이었다. 함께 재활운동에 매진하던 부부는 나란히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하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차재관은 2006년 휠체어컬링을 접했고 금세 그 매력에 빠져 들었다. 특유의 열정으로 실업팀인 서울시청에 입단했고 가슴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차재관은 어렵게 얻은 첫째와 선물처럼 찾아온 쌍둥이까지, 언제나 아빠를 응원하는 삼남매가 있어 자신감이 넘친다고 전했다. 메달과 상관없이 언제나 삼남매에게 차재관은 슈퍼맨 아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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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를 찾은 관람객들이 응원하고 있다. 2018.3.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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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경력의 베테랑 정승원은 팀의 맏형이다. 그는 20여년 전 산업재해로 장애를 갖게 됐다. 재활을 위해 '론볼'을 배웠고 이후 휠체어컬링으로 전향했다. 론볼은 잔디 또는 인조잔디 경기장에서 규정된 수의 볼(약 1.5㎏ 무게의 둥글납작한 공)을 '잭'이라 불리는 작은 볼에 가까이 굴리는 경기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정승원은 프로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후 '죽을 힘을 다한다'는 집념으로 휠체어컬링에 매달렸다. 사비를 털어 대관료를 내고, 훈련이 끝나면 다른 팀의 컬링 경기를 모니터했다. 그 결과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평창패럴림픽 무대에 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10살 아들을 둔 아버지 이동하는 대표팀 내에서는 귀여운 막내로 통한다. 2012년부터 컬링을 시작한 이동하는 선배들에 비해 컬링 경력이 길지는 않다. 그러나 운동 선수로는 이미 베테랑이다.

이동하는 21년 전 낙상사고로 하반신 장애인이 된 후 재활을 위해 론볼을 시작했다. 론볼에 재능을 보였던 이동하는 선수생활을 하며 2007년 호주세계선수권대회까지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동하 그 순간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벅차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이동하는 2015년부터 대표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하루 대부분을 빙상장에서 보냈다. 론볼을 하며 느꼈던 희열과 감동을 평창에서 다시 느끼기 위해서였다. 패럴림픽 기간 동안 그에게 쏟아진 박수와 응원은 더 큰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ju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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