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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윤택의 딜레마…부인해도 구속, 시인해도 구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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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극단 단원 16명 성폭력 의혹' 이윤택 경찰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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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김수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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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16명 성폭력 의혹' 이윤택, 문화계 미투 첫 소환


안마, 성기 접촉, 임신, 낙태…단원 16명 성폭행·추행 폭로

우월적 지위 이용한 상습 성폭력 혐의…"죄질 매우 불량'
혐의 부인하면 증거인멸·도주우려 높아 구속영장 불가피
순순히 시인해도 중한 사안…"영장 발부될 확률 80~90%"
"가중사유 해당돼 향후 재판서도 실형 선고 가능성 높아"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사법처리가 17일 소환을 기점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성폭력을 당했다고 나선 여성 단원은 무려 16명이다. 이 중에는 상습적으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도 적지 않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0년 전 지방의 한 여관에서 이씨로부터 안마 등을 강요받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배우 김지현씨는 2005년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배우 김보리씨는 2001~2002년 두 차례 성폭행은 물론 그 전부터 상습 추행을 당했고 연극배우 겸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씨는 발성연습을 핑계로 성추행을 당했다. 배우 겸 어린이 극단 끼리 대표 홍선주씨는 여성 단원의 특정 신체 부위에 막대기나 나무젓가락을 꽂는 등 가학적인 방법의 성폭력을 폭로했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 관련 범죄 공소시효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7년, 강제추행 10년, 강간 10년 등 대부분 10년 이하라는 점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 많다. 경찰이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전의 고소사건에 대해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으로 처벌을 검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다수이고 20년 가까이 성폭행·추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찰은 상습죄에 무게를 두고 사법처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다툼이 치열한 쟁점은 실제 성폭행 여부와 성관계를 맺게 된 경위나 동기가 될 수 있다. 즉, 감독과 배우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인지, 물리적인 폭력이나 협박 등의 강압적인 위력이 수반된 간음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기존 입장을 전제로 한다면 이 전 감독은 이날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은 시인, 성폭행은 부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달 전 기자회견에서 성폭행 의혹을 부정하고 철저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만큼 변호인들로부터 이 부분에 중점을 둔 법률 조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때문에 성관계는 인정하되 물리적인 제압이나 위력은 없었다고 부인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있다.

성추행과 관련해서도 이전에 해명한 것과 같이 극단 내부에서 오랜 기간 묵인해온 "나쁜 관행"으로 돌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면피'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실제 이 전 감독은 이날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자가 몇 명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잘 기억이 안 난다, 누가 고소했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성폭력 과정에서 물리적인 폭력이나 협박을 입증하기 쉽지 않지만 '업무상 위력'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다.

연희단 단원들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연극계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우월적인 지위나 위상을 의식, 단원들에게 '(극단을)나가면 연극 못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고 단원들은 이 발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발언을 위력 행사로 판단해 법리 검토를 해볼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감독이 고령인 데다 고소인이 16명에 달할 만큼 범죄사실이 많아 한 차례 밤샘조사로 끝나기보다 1~2차례 추가 소환이 이뤄질 수도 있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초반부터 구속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 진술과 증거수집 분석 등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감독은 법적으로 처벌은 불가피하더라도 구속만큼은 피하려는 변론 전략을 짜겠지만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 단계에서 구속만은 피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시인할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더라도 사안이 중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불가피하다.

반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경우 사건관계인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회유나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출신의 최진녕 변호사는 "이 전 감독이 최근 일부 사실이 부풀려졌다고 반박했지만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성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에 상습성이 인정될 것"이라며 "만약 구속을 피하기 위해 혐의를 시인하더라도 죄질이 매우 안 좋고 피해자를 접촉해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적지 않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할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최 변호사는 "이 전 감독은 구속영장이 신청되면 판사가 발부할 확률이 80~90%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지속적인 성추행이라 양형요소에서도 가중사유에 해당돼 향후 재판에서도 집행유예보다는 실형, 그 중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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