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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e현장에서] 카카오택시 '콜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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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번주 IT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차량O2O 서비스가 주목 받았다. 지난 13일 카카오 법인 설립후 첫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지만 여론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간담회 의도와는 다르게 카카오택시에 대한 유료화로 이목이 끌렸기 때문이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출퇴근 시간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택시 수요·공급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 대표는 카풀과의 연동, 콜비 유료, 택시 기사 인센티브 확대 등을 내놓았다.

콜비는 플랫폼 사용료의 일종이란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이다. 서울시와 국토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합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콜비 도입은 카카오택시에 대한 유료화로 연결이 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 카카오택시를 잡으려면 무조건 콜비를 내야한다” 식이다. 택시기사들이 콜비를 불러야만 오는 구조가 됐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비난의 핵심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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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우려대로 콜비 모델이 카카오택시의 유료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기존 카카오택시에 대한 무료 서비스 방침은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택시가 남아도는 낮시간에는 굳이 콜비를 높이지 않아도 택시 잡는데 어려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시작도 안 한 서비스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도 담았다.

설사 카카오택시 콜 서비스를 유료화한다고 해도, 해당 기업을 죄악시 할 수 있을까.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기 위한 집단이다. 카카오택시 플랫폼 개발과 유지에도 투자비는 든다. 기업 입장에서 한도 끝도 없이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도 돈을 벌고, 소비자도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 낮 시간이나 일요일 오전 등 택시가 남는 시간에는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유용하다. 택시 기사는 거리를 배회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길거리에 나가지 않고도 택시를 잡을 수 있다.

콜비는 정부 규제로 왜곡된 시장 실패 상황을, 시장 원리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 중 하나다. 공급이 부족하면 시장 원리 상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공급은 부족한 상태에서 가격은 정부가 쥐어잡고 규제하니, 합승 혹은 웃돈 같은 암시장이 형성된다. 게다가 정부는 우버 같은 대체 서비스 도입도 불허했다.

어쩌면 카카오택시의 콜비 논란은 수십년째 해결못했던 택시 시장 실패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콜비 외에 우버 모델의 카풀 서비스를 연동해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여론 재판으로 카카오의 콜비 모델은 ‘불법이냐 그렇지 않냐’라는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오지도 않은 기업 서비스에 대한 규제 논의까지 일어날 것 같다.

어떤 게 소비자에 이익일까. 영국의 우버 규제 사례를 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런던 우버는 값비싼 택시의 대체제로 환영받고 있다. 이용자 수만 400만에 육박한다.

그런데 런던 시당국은 우버에 대한 운행 허가를 박탈한 바 있다. 우리처럼 도로교통법에 의거한 불법 규정은 아니다. 우버 운전자들의 과로 운전으로 시민 안전이 염려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후 규제다.

정부 규제에 따른 시장 실패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기업 서비스를 언제까지 공짜로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혹 해당 서비스가 싫으면 다른 기업의 서비스를 사용하면 된다. 소비자 선택의 문제이지, 윤리적 비난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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