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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뉴스 인사이드] 출마 단체장 '유권자 눈도장 찍기' 급급… 행정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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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선심성 행정 ‘눈총’/시·군들 너도나도 고교 무상급식 확대/인건비도 못 줄 판에 복지공약 남발/부산교육청 ‘학부모 참여’ 예산 212%↑/대구시, 서문야시장 관리비 특혜 논란/선거 직전까지 현직 유지·조직 활용/공무원들 줄대기…홍보 나팔수 자처

세계일보

광주광역시장에 도전하는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은 ‘엄마 수당’ 복지공약을 최근 내세웠다. 임신 7개월 이상 된 예비엄마들에게 100만원을 주는 것으로, 연간 12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제주지사를 노리는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은 75세 이상 어른을 위한 무상 의료 혜택, 출산 여성을 위한 비용 지원, 학생 교복비 지원 등의 3대 무상복지 공약을 제시했다. 이들 공약에는 8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살피지 않고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데만 치중한 공약들이다. 세부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없다. 단체장으로서 실현하기 힘든 공약도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상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강성권 예비후보는 사상구를 관통하는 6.7㎞의 경부선 철로 노선 변경을 공론화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 계획을 관철하고 이곳을 도시재생 테마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경부선 철로 노선 변경에는 국토교통부의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수립과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용역 등을 거쳐야 한다. 자유한국당 부산 중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권혁란 예비후보는 국제시장을 공구별로 재개발하는 특별법을 건의해 주상복합상가로 탄생시키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별법 입안과 국회 논의 등 절차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작다.

◆공짜 시책… 지자체 곳간은 멍든다

지난해부터 일부 시·군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중 몇몇 지자체는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여건이 나쁘다. 충북 보은군은 지난해 12월 고교 무상급식 확대를 선언하고 올해 1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올해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 그러나 보은군의 지난해 지방세와 세외수입은 214억6000만원, 공무원 인건비는 336억3000만원이다. 자체 재원으로는 인건비도 주지 못한다. 보은군의 재정자립도는 9.97%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낮다.

전북도도 올해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면서 무상급식 지원금이 지난해 476억원보다 119억원이나 더 늘었다. 전북의 경우 14개 시·군 중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10곳은 자체수입이 인건비보다 적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지자체 수입 대비 인건비 비중이 군 단위는 무려 95.1%에 달했다. 인건비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무분별한 공약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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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예산·사업도 수두룩

부산시교육청은 교육감 공약인 ‘학부모의 학교참여 활성화’ 예산을 지난해 1억6600만원에서 올해 5억1800만원으로 무려 212%나 증액했다. 부산시의회 신정철 의원은 “교실이 부족해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교실을 추가 확대하지 못하는 학교도 있는데 많은 예산을 들여 학부모회실을 구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제주 도정은 시민단체로부터 선심성 예산 편성 비난을 받았다. 도내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제주도의 올해 예산안을 분석해 공무원과 민간단체의 국외여비 대폭 증액과 택시업계 과도한 예산 지원, 퇴직공무원모임 국외견학 예산 지원 등을 지방선거용 예산으로 지목했다. 특히 운수업계 보조금이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민간이전 예산만 7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4% 늘어난 점도 선심성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동절기 매출 감소를 이유로 지난 1~2월 서문야시장 상인들에게 쓰레기 수거비, 조리장 임차료 등 공동경비와 개별지원금 등 4000여만원을 지원했다. 다른 업종과 차별을 둔 ‘특혜’가 아니냐는 비난이 인다.

◆단체장 얼굴 알리기에… 행정은 뒷전

3선 출마를 결심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현장방문’이라는 이름 아래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8개 자치구를 방문했다. 민선 6기를 마무리하며 각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차원이라고 시는 설명했지만, 공직선거법에 걸리기 전 유권자 접촉을 늘리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시장은 6년째 공사가 중단된 강북구 우이동 유원지 파인트리 공사 재개, 양천구 신정차량기지 이전, 도봉구 창동민자역사 재추진 등을 관내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이 예상되는 서울 구청장들과 전국 시장·군수들은 낯내기 행사에 광폭 행보를 보인다. 단체장의 잦은 외부행사 참여는 공무원 조직의 긴장감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서울지역의 한 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에 20개 안팎의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며 “노인과 학부모가 모이는 행사 위주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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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의회 건물 벽면에 부착된 천안시의 각종 표창 주요사업 세미나 업적홍보 현수막.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홍보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자치단체 건물에 해당 자치단체나 의회의 업적 홍보물을 게시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천안=김정모 기자




◆포기할 수 없는 현직 프리미엄… 공무원 암암리 선거 관여

현직 단체장이 그 자리를 다시 도전할 때는 후보자등록 마감일(오는 5월25일)에 사퇴하면 된다. 단체장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공공기관이 개최하지 않는 행사에는 근무시간 중에 참석할 수 없다. 근무시간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나 민원인은 얼마든 만날 수 있다. 단체장이 집무실에서 민원인을 만나는 것도 현직 프리미엄이다. 근무시간이 아닌 오전 9시 이전, 점심시간, 오후 6시 이후 행사는 맘대로 누빌 수 있다.

또 현직에 있으면 암암리에 공무원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 막강한 단체장의 인사권이 무기다. 공무원들은 선거철에 누구를 지지하고 얼마만큼의 득표활동을 했느냐에 따라 ‘자리 보장’이 판가름나기 때문에 줄서기에 나선다. 인천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 C씨는 지난 1월21일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인 소속 지자체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지자체 부채 문제)을 인용하여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배포했다가 고발당했다.

전남의 한 군청 임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K씨는 지난해 9월부터 몇 달간 광주광역시의 한 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인 후보자의 업적과 공약 등의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게시하거나 공유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경남의 한 기초단체 공무원은 관변단체 모임에서 현 단체장의 재출마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 지지체 공무원은 “공직자들이 선거운동 기획에서부터 참여하는 등 ‘보험’을 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종합=김정모·이창훈·김영석·전상후·이정우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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