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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직장인 붐비는 식당 전쟁터에서 단골 고객 만드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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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재홍의 퓨처스토어(3)
데이터의 시대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스토어의 미래 또한 데이터에 달려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전국의 수많은 사장님을 위한 데이터 활용 비기(秘技)를 전수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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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음식점이 많은 서울 강남역 상권의 뒷골목(이면도로) 일대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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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역삼역은 많은 회사가 모여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이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역삼역 근처 식당 앞에 줄을 서 있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늦어진 회의 때문에 12시를 넘겨 사무실을 나섰다가 식당 앞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을 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인구가 많고 줄 서서 밥 먹는 상권의 사장님들은 고민이 없지 않을까? 마침 역삼역 인근에 있는 매장에서 고객 경험 데이터를 분석해달라는 문의가 왔다. 이 사례를 통해 역삼역 상권이라고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차원의 경쟁으로 속앓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명 외식 대기업 임원까지 지냈던 사장님은 새로운 면 요리 프렌차이즈 매장을 오픈했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구성하고, 더 쉽게 메뉴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음식 주문용 키오스크도 설치했다. 이외에도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외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장님도 새로운 도전에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매장 창업 후 목표보다는 아쉬운 매출이 나왔다. 나름대로 여러 시도를 해 보았지만, 노력 대비 매출의 변화는 크게 없었고 결국 지인을 통해 우리에게 원인 분석을 요청했다.

즉시 식당에 센서를 설치하고 고객들의 행동을 데이터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방문횟수, 방문 시간대, 체류 시간 등을 면밀히 살피면서 이 식당이 매출 증가를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다.

일회성 손님이 80%, 재방문 늘리는 게 관건
첫째, 거의 3개월 동안 전체 고객 중 1회만 방문하는 고객이 약 80%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피스 상권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오피스 상권에는 식당이 많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새로운 식당이 생기면 호기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하지만, 확실히 다시 돌아올 만한 이유가 없을 때 재방문을 하지 않고 금세 다른 식당에 간다.

자주 오는 단골이 처음 오는 손님과 비교해 객단가가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재방문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사장님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플래그십 메뉴가 무엇인지 확인해 가격할인이 포함된 오늘의 메뉴를 신설할 것과 방문 스탬프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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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타임 전후에 가격할인을 제공하는 '해피아워(Happy Hour)' 프로그램을 통해 재방문 고객의 수를 늘릴 수 있다. [사진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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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손님이 가장 많이 오는 점심시간(12~1시) 전후로 2시간 동안 매장에서 점심을 먹는 고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때 손님들은 다른 시간대에 비해 더 오래 식당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는 꼭 점심시간에만 식사할 필요가 없는 직장인들이 이때 방문하고, 매장이 붐비지 않으니 더 여유 있게 식사하는 것으로 추론했다.

긴 체류 시간은 보통 객단가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고객을 잡는 것은 즉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피크타임 전후의 점심 메뉴에 대해 가격할인을 제공하는 ‘해피아워(Happy Hour)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해피아워는 보통 술집, 레스토랑에서 특정 시간대에 주류를 할인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성공적일 경우 예상되는 월 추가 매출은 최소 500여만 원으로 추산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객들이 편하게 식사하면서도 가격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며 방문 횟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재방문 고객의 수도 늘어나 목표한 매출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여러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역삼동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마 전 점심시간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은 바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재방문율 높인 일본 스테이크 매장의 '로열티 프로그램'
사실 이런 제안은 사업 초기에 일본의 한 스테이크 매장을 분석했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 서서 먹는 스테이크 매장이라는 특이한 컨셉으로 알려진 이곳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최고의 스테이크를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합니다. 단, 빨리 드세요!’

이 프랜차이즈에서는 본사가 추구하는 목표대로 매장의 체류 시간이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들의 목표는 체류 시간 20분이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스테이크를 먹고 나가면 최고의 스테이크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객단가와 매장 매출이 나올 수 있다. 재미있는 컨셉이지만 호불호가 엇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분석 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체류 시간은 20분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월간 재방문율은 놀랍게도 40%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비밀은 ‘로열티 프로그램’에 있었다. 월 1회 꾸준히 재방문할 경우 실버 멤버십 카드를 발급해 주는데, 스테이크 주문 시 샐러드가 무료로 제공된다. 분명 옆에 사람과 같이 주문했는데 나에게만 샐러드를 주는 것이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일까?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똑같은 메뉴를 주문했는데 샐러드뿐 아니라 와인 글라스까지 무료로 주고 있다. 바로 월 2회 방문하면 발급되는 골드 멤버십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즐겁게 와서 식사할 수 있도록 단골을 위한 알찬 혜택이 마련되어 있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단골을 확실히 잡은 이 프랜차이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유명세를 타면서 이제는 일본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브랜드가 되었다. 일본시장의 초기 고객과 좋은 사례를 만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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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일본의 '츠타야서점'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은 그의 저서에서 “매장은 절대 고객 없이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매장 또한 고객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특히 매출이 큰 치열한 상권에서 경쟁력은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방법을 남들보다 먼저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계속 우리의 단골로 남을 수 있도록 즐거운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사장 press@zoy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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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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