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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자는 빼"…'펜스룰' 피해 당했다면 손해배상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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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Law&Life-또 다른 성폭력 '펜스룰' ①] 피해 입증할 기록 필요…"메모하고 동료에게 알리고 사측에 요구"

머니투데이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성추문을 막는다는 이유로 직장 내 이성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이른바 '펜스룰'(Pence rule)은 엄연히 성차별이다. 경우에 따라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사업주가 펜스룰을 주도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안겼다면 이 근로자는 소송을 통해 불이익을 없애고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여성 엔지니어 A씨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특정 기술 자격증을 가진 A씨는 해당 기술을 이용하는 업무를 맡기로 근로계약서를 쓰고 근무 중이었다. A씨는 9명의 남성 엔지니어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원래 하던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부서로 전보됐다. 혹시 모를 성범죄와 성추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사업주의 설명이었다.

이런 경우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인사조치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성차별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의 무리한 전보 조치로 A씨의 성과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연봉에서도 불이익을 봤다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부서장이나 회사 간부가 여성을 빼놓고 남성 직원만 데리고 회식을 하는 경우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업무상의 성차별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남성 직원들끼리 여성을 따돌리는 것도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민·형사상 소송으로 가려면 피해자가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휴먼의 윤성봉 변호사는 "실제 상담 사례들을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 증거를 제기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일단 메모하고 동료에게 이야기하고 사업주에게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모는 일기와 같은 형식으로 당시 날짜와 장소, 관련 인물, 자신의 심경 등의 내용을 세세하게 적어야 한다.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신빙성이 높아진다. 가까운 동료나 노동조합 측에도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당장 도움을 주진 못해도 이후 소송에서 피해사실을 증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피해사실을 사업주에게 알리고 후속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실제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더라도 '회사도 나의 고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관계를 만들어 둬야 한다. 윤 변호사는 "이때 가급적이면 이메일이나 문자, 문서처럼 기록이 남는 수단을 통해 회사와 소통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근로계약서도 잘 보관해두고 취업규칙 역시 봐둬야 한다"며 "만약 사측에서 안 보여주면 보여달라고 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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