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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MT리포트]"사지 마세요, 빌려쓰세요"…유통업계 렌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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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렌탈전성시대] 경기침체·1~2인가구 증가 여파 백화점·홈쇼핑·온라인몰 등 대여 서비스 강화…"급성장 시장 잡자" 패션기업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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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민희씨(32)는 몇 달 전부터 온라인몰에서 옷과 가방 등을 빌려 쓰고 있다. 회사에서 '패션피플(옷을 잘 입고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로 통하는 동료로부터 일정 기간 의류와 가방, 액세서리 등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소개받았다.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 매달 쇼핑으로 수십만원씩 지출하던 비용을 10만원 안팎으로 줄였다. 김씨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비싼 옷을 구입해도 금세 유행이 지나 몇 번 입지 못하고 옷장에 넣어두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이런 고민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렌탈시장이 매년 급성장하면서 유통 기업들의 경쟁적으로 대여서비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경기 침체와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제품 구입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수요가 많아지자 판매 뿐 아니라 대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4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렌탈시장 규모는 31조9000억원으로 30조원 벽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5년 24조5000억원에서 3년만에 30.2% 성장한 것이다.

◇"부담없이 빌려쓰세요"…백화점도, 홈쇼핑도 렌탈사업=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에서 명품 등 고가 브랜드 제품을 빌려주는 '살롱 드 샬롯'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옷부터 가방, 시계, 보석 등 패션 아이템을 대여하는 매장으로 수백만원대 신상 명품을 일정 기간 빌려 쓸 수 있다. 지난 2016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명 남짓했지만 최근엔 40~50명으로 늘었다.

SK플래닛은 이용권을(상품구성·대여기간 등에 따라 1회 2만5000~4만원, 월 6만5000~19만9000원 차등) 구입하면 옷과 가방 등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앤'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의 이용객은 현재 45만명에 달한다. SK플래닛은 각종 생활용품을 대여하는 '홈&카'도 운영 중이다.

홈쇼핑도 렌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렌털상품 부문 매출이 연 30~40% 증가할 성도로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져서다. 현대홈쇼핑은 아예 렌탈 전문 자회사인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했다. 현대렌탈케어는 '큐밍'이라는 렌탈 브랜드를 론칭하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전문적으로 대여한다.

롯데홈쇼핑 역시 렌탈상품 방송을 늘리고 있다. 반려견을 목욕시키고 넣어두면 털이 건조되는 '펫드라이룸'을 월 3만원대에, 탈모로 고민인 소비자들 위해 탈모치료기 이용권을 월 1만~2만원대에 판매한다. 롯데는 KT렌탈을 인수해 렌터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유통계열사 사업 노하우를 접목해 위클리셔츠, 남성의류, 여성의류, 유아·아동 의류 등으로 대여 품목을 늘렸다.

◇'스마트 소비' 트렌드 확산…렌탈시장 더 커질 듯=유통업계가 렌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경기 침체, 1~2인 가구 증가, 소유보다 공유 등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렌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다양한 배경이 있지만 소비 욕구에 비해 소득 증가율이 낮은 것이 한 요인"이라며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면서 만족감을 높이려는 한 수단으로 렌털이 활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절벽'이 '렌탈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다.

렌탈 시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렌털시장 규모가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물론 패션 기업들도 렌탈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와 업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레코드'의 신상품 의류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송지유 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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