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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企 선배, 신입보다 年640만원 혜택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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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기업에 새로 취직하는 청년에게 올해부터 매년 1000만원 넘는 세금을 지원하기로 한 일자리 대책이 이미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들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본지가 기획재정부 자료를 근거로 중소기업에 이미 취업한 청년과 새로 취직할 청년이 받을 세금 혜택을 비교해 보니 같은 28세인 경우 신규 취업자가 최소 640만원 이상 소득을 더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직 정책이 시행되기 전이라 기존 취업자들의 반발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신규 취업자들이 입사해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기존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땜질식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청년 일자리대책의 핵심은 세금을 투입해 중소기업 대졸 초임을 대기업 수준으로 올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중기 취업자들이 신입 직원들보다 소득이 뒤처지는 '임금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존 중기 취업자들에게는 한 해 120만원의 교통비 혜택만 주고, 소득세 면제나 전·월세 보증금 지원 혜택은 아예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청년에 목돈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저축상품인 내일채움공제에 정부가 보태 주는 돈인데 새로 취업하는 청년은 한 해 800만원을 주고 기존 취업 청년은 240만원만 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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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경기도 수원의 한 중소 무역회사에 취업한 김모(29)씨는 "결국 내 세금으로 후배 월급 올려주는 것 아니냐. 1년 차이로 월급이 확 차이 난다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3년 전 서울 마포의 한 중소 영상제작업체에 취업한 최모(28)씨는 "지금 정부안에 따르면 올해 말에 들어올 내 후배가 받는 연봉과 혜택이 더 많을 것 같다"며 "납득할 수가 없어 화가 난다"고 했다.

정부의 중기 취업 청년 지원 정책 기사엔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네티즌들은 "기업을 전혀 운영해보지 않거나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입안한 정책" "10년을 근무한 과장보다 신입의 소득이 더 많아 사기가 꺾이고 퇴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문제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3~4년간 한시적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려는 대책 취지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주는 세금 혜택을 기업주가 다른 직원들 연봉을 올리는 데 쓰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임금 책정은 경영자가 임의로 판단하는 영역이라 정부가 개입할 수 없고, 기업주가 기존 직원들 임금을 올려줄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별도 조치가 없으면 정부가 세금으로 같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또래 청년들의 연봉 격차를 600만원 넘게 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재정학 교수는 "정부의 정책 취지대로 대기업과 임금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중소기업 내부에서 임금 책정이 불공정해지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일자리 한 개를 만드는 데 쏟아붓는 세금만 한 해 3500만원이 넘어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이 '고비용 저효율'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에게 올해부터 연 1035만원이 넘는 세금을 4년간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에도 세금을 지원한다.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 청년 10명을 뽑으면, 3년간 청년 1인당 연 25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해당 중소기업에 준다. 중소기업과 청년 개인이 받는 혜택을 합하면 정부가 투입하는 세금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 1명당 '3535만원+α'에 이른다. 이는 중기 취업 청년의 초임 연봉인 250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많은 것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돈을 많이 들이는 데 비해 일자리의 질이나 지속성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대기업 협력업체 대표는 "지원금 타려고 취직한 청년이 3~4년 뒤 다른 곳으로 떠나면 회사만 손해"라며 "3년간 직원 1인당 2500만원씩 정부 지원을 받아도 새로 사람 찾고 교육시키는 비용이 더 크다"고 했다.

 



김태근 기자(tgkim@chosun.com);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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