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제주 4·3 평화기행 ② "갑자기 기관총 난사하니까 사람들이 죽었어요"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주 4·3 직접 경험한 고완순씨의 증언..몽둥이로 아기 머리 때리기도

CBS노컷뉴스 이승규 기자

제주 4·3은 무려 3만 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우리의 아픈 역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제주교회협의회가 역사의 현장을 순례하는 평화기행을 진행했다.


올해로 80세인 고완순씨는 71년 전인 9살 때 제주 4·3을 직접 겪었다. 어머니와 남동생, 언니와 함께 살던 고씨는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와 인근에 있던 북촌 초등학교로 마을주민들을 몰아넣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학교 옥상에서 기관총이 난사됐고, 학교 운동장 맨 앞줄에 서 있던 이들부터 쓰러지는 끔찍한 현장을 봤다고 아픈 기억을 꺼냈다.

고씨는 "대장인지 뭔지 올라가서 뭐라뭐라 얘기 하고 나더니 총을 막 쏘아 됐다"며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이리 저리로 막 넘어졌다"고 증언했다.

70년이 다 된 기억이지만, 그날의 상황은 고씨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씨는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당시 세 살짜리 막내 남동생의 머리도 사람들이 몽둥이로 가차 없이 내리쳤다고 말했다.

"참나무 몽둥이 든 군인이 이북 말씨에요. 이북 말씨로 간나새끼, 지금 죽어도 죽을 거 나중에 죽어도 죽을 거 아무 때나 죽으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머리통을 두 번 후려쳤어요."

노컷뉴스

고완순씨는 직접 제주 4·3을 경험했다. 고씨는 중간중간 힘들어 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그대로 그려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씨가 살았던 제주 북촌 지역은 제주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지역이다. 마을주민 4백 여 명이 한 날 한 시에 사망했다.

때문에 이곳은 제주 4·3을 바탕으로 쓴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당시 북촌에는 특히 아이들의 죽음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는데, 너븐숭이 기념관 바로 앞에는 이름 모를 아이들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너븐숭이는 넓은 바위 덩어리라는 뜻이다.

어른들의 시신은 북촌 주민 대학살 사건 때 살아남은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아이들의 시신은 당시 암매장한 그대로 남겨 놓았다.

고완순씨를 비롯한 북촌 주민들은 북촌 주민 학살 사건을 절대 잊을 수는 없다면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에 대한 진실은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