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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POP초점]'치인트' CGV 단독개봉 논란 "불공정 우려"vs"최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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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영화 '치즈인더트랩' 포스터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치즈인더트랩'의 CGV 단독 개봉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불거졌다.

드라마에 이어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박해진, 오연서 주연의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지난 14일 화이트데이 CGV에서 단독 개봉했다. 한국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것은 최초로, 이와 관련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 측은 불만을 제기했다.

반독과점 영대위 측은 "그간 재개봉영화, 수입 예술영화, 저예산 한국영화 등이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결합해 단독 개봉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고, 최근에는 상업적 영향력이 있는 외화의 단독 개봉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제법 규모 있는 예산이 투입되고 시장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것은 '치즈인더트랩'이 처음이다. 우리는 이번 단독 개봉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 되어 있는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그 결과 영화시장의 상황을 더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 배급을 아예 특정 멀티플렉스 사업자에게 의존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규모 있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멀티플렉스 단독 개봉의 예외가 아닌 상황이 벌어졌다. 전 세계 흥행 1억 7000여만 달러를 기록한 흥행작 '킬러의 보디가드'는 같은 해 한국에서도 개봉해 7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 성적은 오직 CGV 단독 개봉만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시장점유율 50%의 독점사업자는 단독 개봉만으로 박스오피스 1위의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또한 반독과점 영대위 측은 "단독 개봉이 단편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멀티플렉스 간의 과당경쟁과 ‘배급사 줄 세우기’가 생기면서,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 극장’과 독립 예술영화관들이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문화 향유권이 훼손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멀티플렉스 3사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중소 배급사와 제작사 그리고 수입사의 설자리는 그만큼 더 좁아질 것이다. 따라서 멀티플렉스 3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영화 상영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내버려둔 채 선택하는 단독 개봉 방식은 영화산업계의 약자들이 자신의 위상과 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시장 영향력이 있는 한국 상업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치즈인더트랩'이 CGV에서 단독 개봉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크게 우려하며, 이런 결정을 내린 당사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라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총 10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여 한국영화 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했다. 그런데 바로 그 배급사가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상당히 큰 한국 상업영화 최초의 대기업 멀티플렉스 단독 개봉을 통해서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적 양상을 야기하는 선택을 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반독과점 영대위 측은 "물론 이전에 있었던 여러 단독 개봉 사례의 당사자들은 문제를 야기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영화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이제부터라도 한국 영화산업의 주체들이 공존공생의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기업 배급사와 상영관의 수직계열화를 해소하는 방안, 특정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 수나 상영회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의 핵심 해법을 제도화하기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또 다른 단독 개봉 사례가 나오는 상황을 막고, 기왕 벌어진 문제적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는 그나마 다행인 영화계 공동의 반성에 기초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치즈인더트랩'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측은 "출범 당시 '제작사와 상생하는 건전한 배급사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이러한 설립 취지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 그동안 저예산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다양한 한국영화들을 꾸준히 투자, 배급해왔다. '치즈인더트랩' 역시 이러한 취지를 최대한 살린 채 배급에 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치즈인더트랩'은 CJ, 롯데 등 대기업 자본이 투자나 배급에 참여하지 않은, 오롯이 제작사가 투자한 작품이다. 저희는 제작사와 상생하는 배급사로 이번 작품은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단독 개봉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CGV 극장(147개)과 지역, 개인소유 극장(45개) 등에서 배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론 사전에 영화계와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영화계에 우려를 끼치게 된 점은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단독 개봉 방식은 일 년에도 수백 편이 쏟아지는 영화 시장에서 중소 배급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리틀빅픽처스는 거대 자본이 중소영화의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스크린 독과점 형태의 투자와 배급 방식을 반대한다. 리틀빅픽처스는 앞으로도 제작사와 상생하기 위해 극장 생태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 다양한 배급전략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치즈인더트랩'의 CGV에서 단독 개봉한 것을 두고 반독과점 영대위 측은 불공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배급사 측은 효율적 마케팅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것은 '치즈인더트랩'의 경우가 처음이라 어느 한 쪽이 타당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양쪽 모두 국내 극장 생태계의 문제점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논란을 시작으로 영화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나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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