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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파 틸러슨 경질 다음날 … 북한 “주한미군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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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겨냥 “오만한 지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들고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대화파였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다음 날이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5월쯤으로 가시화된 9일 이후로는 대미 비난 수위를 낮춰왔다. 노동신문의 단골 소재였던 한·미연합훈련 및 주한미군 관련 논평도 자제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북한에 “만나서 날씨 얘기라도 하자”던 온건파다.

해당 논설은 지난 7~9일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 협의를 소재로 했다. 이 협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이 골자다. 노동신문은 14일 ‘약탈자의 흉계가 깔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주한미군을 “미제 침략군”으로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무지막지하게 놀아대는 날강도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쓰지 않고 “오만한 지배자”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늙다리 미치광이”에 비해 수위는 낮지만, 13일 자에서 택했던 “미 집권자”라는 호칭보다는 강도가 높았다.

노동신문은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던 기존 패턴과 달리, 한국을 내세워 주한미군 철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인민들이 바라는 것은 불청객인 미제 침략군의 무조건적인 철수”라며 이번 협상이 한국 국민의 “혈세를 강탈해낼 흉심”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으로 한국에 “막대한 피해와 재난을 입힌 데 대해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미국이 자기 무력을 남조선에 주둔시킨 것은 결코 남조선을 그 누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침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다른 민족에 대한 멸시와 패륜패덕에 젖은 미제침략군이 남조선 인민들에게 들씌우는 불행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활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북·미간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날 또 다른 관영 매체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서도 미국의 대북 제재를 비난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 “정세 역전이라는 음흉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며 “결국 미국은 정세를 파국으로 몰아가기 위해 발악하는 평화 파괴자로서의 정체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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