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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MB도 포토라인… 이 불행한 사슬 어찌 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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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년 만에 또 소환된 전직

제도 문제인가, 운용 문제인가

폭주 막을 길 절박하게 찾아야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어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피의자 신분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선 4번째, 검찰 소환을 거부한 끝에 압송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더하면 5번째다. 전직 국가원수가 단죄의 도마에 오르는 불행한 역사가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민망하고 참담하다.

이 전 대통령은 어제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또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국가적 수치의 사슬은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 ‘마지막’ 소망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욕의 헌정사는 반복되고 있다.

역사적 전환점인 1987년 헌정체제 수립 이후 대한민국은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7명의 국가원수를 배출했다. 이 중 ‘퇴임 후 사법 처리’ 불명예를 벗어난 전직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뿐이다. 이 두 전직마저 말로는 아들 등의 비리와 국민 공분 등으로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어제 5000만 국민은 또 검찰에 불려가는 전직을 봐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검찰청사로 들어간 것이 지난해 3월21일이다. 날짜로 따지면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배임, 직권남용 등 2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17대 대선 때 다스 등 차명재산을 재산공개에서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 공소시효가 지난 일부 사안을 제외해도 최소 18개 안팎의 혐의가 남는다. 최대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에 달한다는 불법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등이 될 것이라고 한다. 법적 공방이 치열할 것이란 뜻이다.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이 경계할 점이 있다. 법적 기술자가 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오로지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각오로 향후 공방에 임해야 한다. 각종 혐의의 규명은 특정인이나 검찰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가적 과제다. 이번에 명확히 밝히고 뒤처리는 단호히 해야 그나마 불행한 사슬을 끊을 계기가 마련된다.

정치권은 가급적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여야는 어제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이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여야가 계속 제 입맛대로 입김을 불어넣으면 배가 산으로 갈 위험이 커진다. 의혹 규명, 진상 파악도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이다.

정치권이 화급히 해야 할 숙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국운을 가를 역사적 과제다. 바로 현행 시스템에 어떤 구멍이 크게 나 있기에 불행과 수치의 권력사가 반복되는지를 살피고 그 구멍을 메우는 일이다. 크게 제도와 운용, 두 측면을 세밀히 점검하고 사심 없이 보완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대통령 권력의 폭주를 막을 제동장치가 없지 않다.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만 봐도 그렇다. 모두 제대로 작동하면 폭주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동장치들이다. 그러나 이들 기구는 죽은 권력에는 무섭게 칼을 대면서도 살아있는 권력 앞에선 꼬리를 내리기 일쑤였다. 심지어 입법부마저 비슷한 행태를 일삼았다. 그런 행태들이 ‘견제와 균형’ 원칙의 실종을 불렀고 불행한 역사를 빚어냈다는 사실을 부인할 길이 없다. 다 함께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인가, 운용의 문제인가.

정부 주도 개헌안이 나온 만큼 제도적 개선은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됐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어떻게 손질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운용과 정치문화 측면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폭넓게 돌아봐야 한다. 불행한 사슬을 끊기 위해 절박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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