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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폼페이오 조합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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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복심’ 전면에… 文정부 신뢰관계 강화 적극 행보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전격 경질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지 닷새 만이다. 트럼프는 외교 현안을 두고 엇박자를 냈던 틸러슨을 향해 트위터를 통해 ‘넌 해고야’라고 알렸다. 새로운 외교수장으로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명됐다. 트럼프가 ‘궁합’이 통하는 폼페이오를 통해 외교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사 표시로 보인다. 실력자의 입성에 국무부 직원들은 환영 목소리를 쏟아냈다. 예상대로라면 폼페이오는 부활절 휴회기 이후 열리는 상원의 인준 청문회를 거쳐 4월 말쯤 임명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대북 강경파인 그의 등장에 우려가 나온다. 정말 그럴까. 전임자 틸러슨 재임기에 우리 정부가 온전히 외교망을 가동했다는 후일담은 들어보지 못했다. 틸러슨이 한반도 긴장 완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와 어그러진 사이 때문에 문제가 꼬인 경우도 많았다. 우리 정부가 진을 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3월 틸러슨의 방한 당시 ‘만찬 소동’만 해도 그렇다. 미국의 한국 경시론까지 불거졌지만, 소동은 국무부 ‘문고리 권력’의 장난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국무부의 틸러슨 측근이 보고도 하지 않은 채 한국 측과 만찬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이다.

세계일보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그런 점에서 대북 문제에 힘을 실어줄 트럼프·폼페이오 조합은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에 트럼프 정부와 신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면에서는 청와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자주 통화하는 모습이 힘을 실어줄 것이다.

지난 8일 백악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수락 소식과 함께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관세 부과 결정이라는 대형 뉴스가 쏟아졌다.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쇠퇴한 공업지대) 노동자들을 옆에 세운 채 이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꽃놀이패’를 선보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과 연계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면제국에 올리며, 다른 나라엔 정식 발효까지 15일을 부여하며 양보안을 사실상 주문했다. 호주와 아르헨티나, 프랑스 최고지도자는 전화를 걸었다. 호주는 세 번째 면제국에 포함됐다.

호주의 사례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인 영국과 일본도 같은 처지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트럼프가 절묘한 카드를 양손에 쥐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백악관으로 전화기를 돌리지 않았다. 복잡한 계산을 끝낸 대응이었을 것이다. 관세 면제국 지위와 반대급부를 논의하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이 전화를 건다면 트럼프는 우리 정부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중국 철강의 대표적인 환적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향후 청와대의 운신 폭도 좁아질 수 있다.

통상은 북핵 해결을 위한 접근법과는 달라야 한다. 외교와 통상을 완전 별개로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에게 굳이 판을 깔아줄 필요는 없다. 통상은 통상교섭본부에 맡겨야 한다. 현재로서는 “최악은 피했다”고 평가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내공을 믿어야 한다. 우리에겐 품목별 면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침 폼페이오는 한·미 FTA를 지지했던 정치인 출신이다. 그의 등장은 통상과 관련해서도 나쁘지 않다. 트럼프의 폼페이오 지명이 우리에게 주는 행운의 신호이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치밀함이 우선돼야 한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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