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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공동교섭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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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석에 미달하는 국회 비교섭단체가 겪는 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최근 “이번에 비교섭단체가 되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국회 논의 구조에 낄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교섭단체여야만 국회 일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국회의장은 국회 운영에 대해 각 교섭단체와 상의한다. 위원회 역시 교섭단체별로 간사 1명을 둘 수 있다. 비교섭단체는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몇 시간째 회의장에서 대기하던 소수당 의원이 교섭단체 의원들을 향해 ‘시간 엄수’라는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국고보조금 배분에서도 교섭단체과 비교섭단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당이 국고보조금이라는 돈과 국회 협상력이라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20석이 필요하다.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의당 지도부는 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고 당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를 놓고 개혁입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반기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민 의사를 인위적으로 바꿨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과거 인위적인 교섭단체 구성은 대체로 결말이 좋지 않았다.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17석의 소수당으로 전락하자, 새천년민주당에서 ‘의원 꿔오기’를 통해 교섭단체를 꾸렸다. 그러다 2001년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자민련이 동조하며 공동정권이 붕괴되자, 4명의 의원도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은 18석을 획득한 후 창조한국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꾸렸다. 그러나 이듬해 심대평 의원이 선진당을 탈당하며 교섭단체는 붕괴됐다.

예전 두 번의 인위적인 교섭단체는 모두 양당의 이질적인 정체성이 발목을 잡았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간에도 과거 공동교섭단체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간극이 있다.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과연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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