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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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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이고 강렬한 삶이었다.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육체적 한계에 굴하지 않는 정신의 승리였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는 우주의 끝을 향한 영원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비범을 거쳐 위대함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1942년 1월8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갈릴레이가 사망한 지 300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평범했다. 성적은 중간에서 맴돌고 글자를 깨치는 것도 더뎠다.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인생을 가른 것은 루게릭병의 발병과 제인 와일드와의 만남이었다. 대학 3학년 때 그에게 병마가 찾아왔다. 시한부 인생의 시작이다. 그의 건강 이상을 알고도 제인은 결혼을 택했다. 호킹에게 제인은 삶의 목적이 되었다. 그는 살기 위해 연구에 전념했다. 빅뱅과 블랙홀, 우주배경복사, 중력이론, 암흑에너지 등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럼에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노벨상이 주로 실험으로 증명된 업적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루게릭병 발병 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시간을 아끼고 연구에 천착했다. 그는 “일찍 죽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내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다”면서 “그래서 시간은 나에게 언제나 귀중하다”고 말했다. 그가 1988년 발간한 서적이 <시간의 역사>임은 우연이 아니다.

가정사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다. 제인과의 순애보와 같은 사랑은 1990년 파경을 맞았다. 제인은 “그가 황제처럼 행동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그를 간병하며 우울증에 빠졌고 강물에 뛰어들 충동을 느꼈지만 아이들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 사이 호킹은 폐렴에 걸려 기관절개 수술을 받았다. 의사소통마저 어려워져 음성합성장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는 간병인과 1995년 재혼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올해 1월 76번째 생일을 맞았다. 몇 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55년 이상을 버텼다. 그는 삶과 죽음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학문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더 값진 업적은 비현실적인 삶을 현실로 살아낸 그의 인생일 것이다. 호킹 박사의 명복을 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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