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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느닷없는 틸러슨 해임, 북·미 협상 흔들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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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CIA)을 지명했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외교수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인 인사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트럼프는 당사자인 틸러슨에게 교체 사실을 통보하기 전 트위터로 이를 발표했다. 역사적인 담판을 앞둔 미국 정세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트럼프는 “틸러슨과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다”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회담을 코앞에 두고 외교총책임자를 바꿀 만한 이유로는 불충분하다. 예측불가 트럼프의 인사법이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어딘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 틸러슨의 후임으로 지명된 폼페이오 국장이 대북 강경파라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그는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법으로 줄곧 북한 정권교체나 군사적 옵션을 강조한 반면 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모처럼 찾아온 북·미관계 개선 국면에 대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외교수장이 등장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맞는 인사가 전면에 나서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힘 있게 밀고 나갈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북한과의 대화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복잡한 수싸움을 해야 하는 ‘위험한 도박’이란 점에서 믿을 만한 참모가 필요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인선에 대해 “우리는 매우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것이 국무장관으로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폼페이오가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긴밀히 협의해온 사실을 들어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로서는 국무장관 교체가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대북강경파 임명으로 대북 압박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북·미 협상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 전쟁 위기를 평화로 이끌 천재일우의 기회를 앞에 두고 있다. 예상치 못한 미 국무장관 교체가 한반도 평화의 흐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를 자극하는 섣부른 언행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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