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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던지면 안돼” “상관없다니까”… 코믹살벌 오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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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담팀’ 안부러운 韓 휠체어컬링 / 나이차 많게는 15살이나 나지만 / 티격태격하는 모습 친구들 같아 / 화기애애 분위기 만큼 실력 압도 / 예선전 6승2패… 12개 팀중 2위 / 최근 부쩍 늘어난 인기에 ‘얼떨’ / 사상 첫 ‘금빛 스톤’ 이룰지 주목

많게는 15살 차이지만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또래 친구를 보는 듯하다. 2018 평창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 서순석(47), 리드 방민자(56), 세컨드 차재관(46), 이동하(45), 서드 정승원(60) 얘기다. 경기 도중 차재관이 “이렇게 던지면 안 된다니까…”라고 불만을 토로하자 주장 서순석은 “상관없다니까 그러네. 괜찮아!”라고 맞받아친다. 이어 샷을 주저하는 차재관에게 ‘홍일점’ 방민자가 “자신 있는 샷으로 던지라”며 훈수를 둔다. 배우 이계인을 닮은 외모로 화제인 맏형 정승원은 한국 스톤이 빙판을 가를 때마다 “가즈아~”라고 고함을 치며 좌중을 웃긴다. 이쯤 되면 웬만한 ‘만담 코미디’ 수준이다.

이처럼 언뜻 보기엔 화기애애해도 실력만큼은 살벌하다. 한국은 14일 풀리그 예선 9차 스웨덴전까지 7승2패를 기록, 전체 12개 출전팀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다. 비록 이날 ‘복병’ 노르웨이에 2-9로 발목이 잡혔지만 이어 스웨덴에게 4-2 승리를 거두면서 4강행의 9부 능선인 ‘7승’ 고지를 드디어 밟았다. 세계랭킹 7위인 한국은 앞서 우승후보인 패럴림픽 중립선수단(러시아·1위)을 비롯해 캐나다(4위), 미국(6위) 등 상위 랭커들을 연달아 꺾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15일 열리는 남은 예선 2경기 영국, 중국전에서 최소 1승만 거둬도 자력으로 준결승 티켓을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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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컬링 방민자가 14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예선 8차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스톤을 던지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여기엔 남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은 패럴림픽에 대비해 기존의 팀별로 경쟁해 대표팀을 선발하던 방식을 버리고 개인별 선발전을 통해 대표 선수를 뽑았다. 2016년 여름에 열린 1차 선발전에서 8명을 선발한 뒤 약 1년의 평가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최종 5명이 확정됐다. 이에 각 팀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이 대표팀을 구성하게 됐다. 각자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사실상 모두가 주장 역할을 도맡는다. 이 때문에 경기 전략을 두고 의견이 갈려 언성을 높이기가 부지기수다. 또 비장애인 컬링과 달리 스톤 방향을 조절하는 스위핑(비질)이 없어 의견 공유가 더욱 활발하다.

하지만 서로 치고받는 과정에서 오히려 팀워크가 돈독해진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어 ‘수다 여왕’으로 통하는 방민자는 “컬링하면서 말이 많아졌다. 경기 중에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말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민자는 31세이던 1993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사고 이후 결혼을 약속한 남성과 헤어졌고 10년 동안 속세와 연을 끊었지만 휠체어컬링에 입문하면서 누구보다 활기찬 모습을 자랑하게 됐다.

휠체어컬링의 부쩍 늘어난 인기도 선수들을 춤추게 한다. 이 종목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티켓 4만71장 중 37장이 팔려 예매율 0.09%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이 깜짝 은메달을 따냈고 패럴림픽에서도 선전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서순석은 “이렇게 많은 응원 속에서 경기해본 적이 처음이다. 안방에서 패럴림픽을 하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큰 함성을 부탁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림픽 열기를 이어받은 휠체어컬링이 사상 첫 ‘금빛 스톤’의 꿈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한편 노르딕스키 기대주 신의현(38·창성건설)은 14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1㎞ 스프린트 좌식 결승에서 3분38초70의 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첫 직선 주로에서 2위로 치고 나갔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강릉=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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