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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혐의 일체 부인하는 MB에 법의 엄중함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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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또 하나의 불행한 역사로 기록될 모습을 보는 국민 심정은 허탈하고 착잡하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는 말로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기존의 주장과 같은 뉘앙스의 발언이다. 국민이 기대했던 진정한 사과와 반성과는 거리가 멀어 실망스럽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 인사ㆍ공천ㆍ공사 수주 청탁과 거액의 대가 수수, 다스 실소유주로서의 횡령ㆍ탈세, 소송비용 떠넘기기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 중 최대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제 주인이 아닌지, 110억 원대에 달하는 불법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하는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억 원 이상 뇌물수수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중죄여서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강하게 부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예상대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뇌물 수수 등 거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친형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다스 지분의 80%가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다스 서울사무소가 입주한 영포빌딩에서 압수된 문건과 다수의 관련자 진술을 통해 사실상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수사 본격화의 계기인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해서는 이번 검찰의 수사로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고, 민간부문에서의 불법 자금 수수혐의 역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앞서 “검찰이 혐의는 벌려 놓았지만 사실 말밖에 없다”며 “대응할 만한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고받지 못했다” “뒤늦게 알았다”고만 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낙관하는 듯하다.

하지만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 등 과거 측근들과 전직 국정원장 등의 진술로 이미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한 시간에 법정에 나온 김 전 기획관은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소환됐는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저의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도 했다. 옛 참모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고 있는데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고 있는 꼴이다. 진실은 증거와 법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때는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들의 용서를 받기 어렵다.

이제 관심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로 쏠린다. 통상 구속영장 청구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이뤄진다. 중형이 예상되는데다 불성실한 조사 태도로 보아 증거 인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성도 하지 않고 모든 범행을 부인하는 그가 법의 관용을 바라기는 어렵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이상은 그를 구속해 마땅하다고 답했다. 검찰도 이런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노골적 뇌물수수 사례는 초유의 일이다. 검찰은 지체하지 말고 신속히 법과 정의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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