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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솔솔 ‘LH 보험 짬짜미’, 배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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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전 입찰조건 바뀌어

보험대리점도 참여 가능

LH “대리점은 입찰 안했다”지만

보험사들 대리점에 수수료 줘

“한 대리점이 세팅됐다며

참여의사 타진해왔다고 해”



한겨레

경남 진주의 토지주택공사(LH공사) 사옥 전경. LH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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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의 임대아파트 재산종합보험 입찰 과정에서 짬짜미(담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전에 석연찮은 이유로 입찰 조건이 바뀌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과 달리 보험 대리점의 입찰 참여를 보장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리점 업자가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낙찰가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엘에이치의 최근 3년간 임대아파트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 공고를 보면, 2016~2017년도 입찰에선 ‘대리점이 입찰 또는 계약 과정에 참여할 수 없고 본사가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지난해 연말 공고된 올해 입찰에선 해당 조항이 빠졌다. 독립 사업체인 보험 대리점은 보험사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수주하거나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점들이 입찰에 참여해도, 결국 보험사가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국공립 (보험) 물건의 경우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대리점 입찰을 금지하고 본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중간에 대리점을 끼워 넣어 불필요한 수수료 지출을 막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엘에이치 주거복지지원처는 “입찰 참가 업체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규정이 바뀐 것”이라며 “또 대리점이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공동 입찰에 나섰던 디비(DB)손보가 ‘(본사 직접 또는 대리점 가운데) 계약관리취급자 선정은 보험회사 본사에서 처리할 사항’이라고 답한 조달청 계약법규 질의 사례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비손보가 제출했다는 사례는 11년 전인 2007년 조달청 홈페이지에 기록된 질의응답 내용일 뿐, 법률 검토문 등이 첨부된 유권해석문은 아니다. 또 대다수 공공기관은 대리점 입찰 금지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엘에이치 쪽 해명과 달리, 디비손보 쪽은 “대리점 참여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리점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엘에이치 설명과 달리, 대리점을 통해 낙찰받았다며 수수료를 지급한 보험사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낙찰사로 선정된 6개사 가운데 케이비(KB)손보·디비손보·엠지(MG)손보·현대해상 등 4곳은 “대리점에 수수료를 지급했다. 다만 수수료율은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은 대리점 업주가 수수료를 챙겼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선 보험료 153억9천만원 가운데 수수료를 지급한 4개사 몫은 117억원(76%)으로, 수수료율 10%를 가정할 경우 대리점이 챙긴 수수료는 11억7천만원 정도 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입찰 조건 변경과 대리점 수수료 지급 등은 2016년 24억5천만원, 2017년 35억9천만원이었던 낙찰가(보험료)가 올해 153억9천만원으로 다섯배나 뛴 사실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낙찰사 관계자는 “한 대리점 업자가 (우리 회사에) ‘세팅이 다 돼 있는데, 참여하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한다. 뛰어난 영업력 때문이든, 발주처 고위직이나 감독관청과 연관이 돼 있어서든, 업자가 보험계약을 미리 따왔다면 보험사들은 계약에 참여하기 위해 대리점이 하자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견적서를 높게 적어 내 설계금액(예상 보험료)을 예년보다 두배 이상 높이고, 설계금액의 90% 이상 금액으로 낙찰되도록 짬짜미를 기획한 배후 인물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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