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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관광선을 띄우자 / 이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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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광구 강화뉴스 편집인

중국 단둥에서는 압록강에 관광선을 띄우는데 바로 옆에 북한이 있다는 것이 큰 볼거리다. 북한의 허름한 배가 관광선에 맞대고 북한 술과 담배 등을 파는데, 관광객들은 호기심에 물건을 사곤 한다. 지금까지는 인천시 강화도에서 이런 관광사업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시대를 열어갈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강화 북쪽 수역은 휴전협정에 민간선박의 통행과 평화적 이용이 가능한 중립수역으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남북 대치 탓에 현실적으로 통행과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돼 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화해 분위기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중립수역을 문자 그대로 중립수역으로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압록강에 관광선을 띄우는 것처럼, 강화 주변 바다에 관광선을 띄우자. 강화 북쪽 중립수역은 그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관광자원이다. 국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사는 등 70년 가까이 통행을 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가 잘 보전된 지역이다. 또 고려 개성의 관문인 벽란도와 강화 천도 때의 포구 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굳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압록강보다 훨씬 가까운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북한을 바로 볼 수 있고 역사체험도 할 수 있는 이런 관광상품이라면 외국으로 나가려는 국내 관광수요를 잡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외국인들이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관광선을 타고 강화를 오가는 여행상품을 기획해 보자. 영종도와 강화를 잇는 다리가 놓인다면 외국 관광객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리가 놓이기 전이라도 관광선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사업이다.

4월에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당연히 비핵화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 게 아니라 남북 경제교류가 뒤따라야 한다. 철도, 가스, 전력선 연결을 비롯하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논의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한강하구에서부터 강화군 말도까지 이어지는 중립수역의 평화적 이용도 더해져야 한다. 공동어로, 관광사업, 생태보전 등 모든 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중립수역의 화물선 운행이 가능해지면, 한강과 임진강도 뱃길로 이어지게 된다.

중립수역의 평화적 이용이 활발해지고 뱃길이 열린다면, 강화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고 북한 노동자들이 배로 출퇴근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리를 놓는 것은 그다음에 준비해도 된다. 강화에 남북협력 공단이 만들어진다면, 수도권의 고급 연구인력이 출퇴근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남한의 고급 연구인력과 북한의 기술인력이 공동작업을 하는 또 다른 남북 협력공단이 만들어진다. 이는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개성공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분단 때문에 안 된다거나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거꾸로 그걸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분단과 대립의 상징이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강화 북쪽 중립수역이 이제 평화의 상징, 나아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협력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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