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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도널드 트럼프’ 여서 슬픈 아프간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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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조시 레딕(오른쪽)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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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도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닌 18개월 된 아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안타깝게도 아프간의 아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름이 같아 고충을 겪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아기 아버지인 사예드 아사둘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사연을 소개했다.

아프간의 트럼프는 2016년 9월3일 아프간 다이쿤디 지역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아버지인 아사둘라가 직접 지어줬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지으면, 아들이 부동산 개발업자로 성공한 삶을 살고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트럼프의 운을 이어 받아 행운아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사둘라는 “트럼프와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가 아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들의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라고 지으면 아들의 행동과 인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둘라의 결정은 오히려 불운을 안겼다. 우선 가족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아프간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이름을 짓고 부모가 이를 따르며 무슬림식 이름을 짓는 관습이 있는데, 아사둘라가 결과적으로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아사둘라는 “처음에는 비웃다가 나중에는 분노하더라”며 “가족과의 관계자 멀어져 결국 카불로 이사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생겼다. 발단은 트럼프의 주민등록 관련 문서가 온라인 상에 공개되고 떠돌면서부터다. 아사둘라는 “주민등록 부서의 직원이 허락 없이 관련 문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시작된 일”이라며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멸시를 당하기도 하고,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샀고, 아프간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사둘라는 “아이가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되는 걸 결코 바란 적 없다”며 “주의를 끌거나 혹은 해외 망명을 가려고 아이 이름을 트럼프로 지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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