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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2월 고용쇼크...힘실리는 일자리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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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저숙련 일자리 감소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본격화될 것 같은 조짐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노동시장 전문가인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13일 발표된 ‘2월 고용동향’에 대해 이 같은 총평을 내놨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취업자 증가폭은 10만4000명에 그쳐 지난 2010년 1월(-1만명) 이후 8년 1개월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저숙련 근로자들이 밀집해 있는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는 각각 18만2000명과 8만5000명씩 감소했다. 감소폭만 놓고 보면 각각 작년 1월과 2016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증가폭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만7000명으로 2015년 4월(27만4000명) 이후 2년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유경준 전 청장은 “2월 동향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40대 취업자 감소폭(10만7000명)이 인구 감소 규모(8만9000명)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라며 “이는 숙련된 기술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에 종사했던 중장년들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를 대거 잃어버렸을 가능성을 추론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인상→저숙련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구직단념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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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산업별 취업자 동향에서도 확인된다. 사업장 지출 중 인건비 비중이 큰 도매 및 소매업(-9만2천명), 교육서비스업(-5만4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2만2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3만1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일제히 크게 감소했다.

특히 도매 및 소매업의 경우 도매·소매·자동차 판매 등 모든 세부 분야에서 취업자 수가 줄면서 2016년 5월(-9만4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직업별로 분류해도 서비스·판매종사자(-2만6000명),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종사자(-15만3000명) 등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저숙련·서비스 부문의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난 1월 30만명대의 취업자 증가폭을 견인했던 제조업 취업자 증가규모가 1만4000명에 불과했던 것이 8년여만의 최대 고용쇼크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선업계 불황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GM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부문 등에서 취업자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회복세가 지지부진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단기 부작용이 겹치면서 고용창출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측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금융·보험업(5만6000명) 등에서 증가 폭이 확대되고 평창 올림픽 특수 영향으로 예술·스포츠 분야와 협회·단체 분야 청년층 취업도 나아진 것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영향받아 2월 실업자 수는 126만5000명으로 두 달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2월보다는 7만6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4.6%로 1년 전보다 0.3%p 하락했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2.5%p 떨어진 9.8%를 기록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2013년 2월 9.0% 이후 동월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유경준 전 청장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점은 취업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취약계층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흡수할 수 있을만큼의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고용시장의 이중 구조화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 “일회적 정책보다 노동시장 구조변화에 매진해야”

2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8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정부가 일자리 문제 해법으로 추경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상황이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수차례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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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을 통한 특단의 일자리 대책 구상을 설명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공=기재부.



특히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대량 실업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재정의 역할 확대를 통해 일자리 문제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정부측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할 15일 추경 편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만약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으로 결정이 난다면 편성 시기는 가능하면 앞당겼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투입 등 일회적인 정책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만큼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변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이 늘어날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을 통해 재정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일자리를 늘릴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상당부분 조정하는 등 노동비용 증가로 인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기업들의 고용창출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상민 교수는 “고용시장에서 일자리가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고용률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와함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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