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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라쿠텐, 라인, 카카오도 관심 보내는 ICO...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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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대화 내용이 암호화되어 외부에서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이 최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한 1차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를 진행했다. 이번 ICO로 텔레그램은 8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1차 ICO의 성공에 고무된 텔레그램은 곧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한 2차 ICO를 진행해 총 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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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로고>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지불 수단(아직까지는 이견이 많지만)이 등장함에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도 변하고 있다. 지난 400년 동안 널리 이용된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대체할 수단으로 ICO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ICO란?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IPO처럼 기관 투자자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본(실제화폐)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이 가상화폐를 다른 투자자와 거래하거나, 기업의 서비스 생태계에서 실제 화폐처럼 이용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해당 가상화폐가 가상화폐거래소에 등록되면 일반인들에게 판매해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ICO 시장 규모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처음 ICO란 개념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ICO 시장 규모는 4000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7년을 기준으로 57억 달러를 돌파했다. 텔레그램이 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공모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올해 ICO 시장 규모는 무난히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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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로고>

이러한 ICO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최초의 ICO는 2015년 7월 30일 러시아계 캐나다인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이 비트코인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이더리움'을 공개한 것이다. 부테린은 당시 이더리움을 공개하면서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고 가상화폐 '이더(ETH)'를 나눠주는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ICO는 현금을 받고 가상화폐를 나눠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ICO와 IPO, 같으면서도 다른 자금조달방식

ICO와 IPO는 특정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 근본 원리는 동일하다. IPO가 주식이라는 형태를, ICO가 가상화폐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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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한 펄어비스. 펄어비스 제공>

IPO는 기업의 소유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는 경영 기법이다. 주주들은 주식을 구매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회사 이익의 일부를 배당받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자사의 소유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이 기원이 되어 지금까지 기업의 가장 확실한 자금조달방식으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개인 주주가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 경영은 최대주주(오너)와 그 우호세력 그리고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고, 주주들의 목소리는 묻힌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의 기업 경영 참가라는 주식의 초기 목적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식은 꾸준히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통한 이익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함으로써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고, 투자자들은 이렇게 가치가 올라간 주식을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

ICO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약속한다. ICO를 진행한 기업과 기업 서비스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면 그 증거로 코인을 주겠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는 명목상 화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ICO를 통해 발행한 가상화폐는 해당 업체의 서비스에서 현금 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제법 있다. 텔레그램의 경우 자사의 가상화폐 '그램(GRAM)'을 텔레그램 내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얼마 전 가상화폐 '라쿠텐 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도 라쿠텐 코인을 자사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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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타니 라쿠텐 사장이 MWC2018에서 라쿠텐 슈퍼포인트를 라쿠텐 코인으로 개편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라쿠텐 홈페이지>

냉정하게 평가해, ICO는 매우 기업 편의적인 자금공모 방식이다. IPO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한국거래소 등 주식거래를 중계하는 각국의 주식거래소가 제법 엄격한 요건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만 상장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매출이 일정액 이하이거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IPO를 진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개인 투자자 보호다.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ICO는 이렇게 각국 정부와 주식거래소에서 걸어둔 제약이 없다. 때문에 텔레그램과 같이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스타트업도 ICO를 진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ICO를 진행해서 개인에게 가상화폐를 판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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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의 소셜미디이언 브콕탄테 로고>

텔레그램은 현재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 최대의 SNS '브콘탁테'를 러시아 정부의 외압으로 강제 매각한 후 받은 3억 달러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별도의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에 창업자의 자금이 바닥나면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ICO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ICO 참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ICO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위험지역이기도 하다.

(물론 기관 투자자들이 바보라서 텔레그램에 8억 5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텔레그램은 2억 명이 넘는 월활동사용자(MAU)를 보유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 때문에 비밀대화를 위한 두 번째 메신저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단행한 것. 하지만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텔레그램 ICO에 참여하는 것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자금조달형 ICO와 알트코인 ICO의 차이점

ICO는 그 목적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자금조달을 위한 ICO와 알트코인(Alternative Coin, 대안 가상화폐) 발행을 위한 ICO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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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을 위한 ICO란 블록체인과는 연관이 없는 별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중이던 기업(스타트업 포함)이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ICO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이 가상화폐로 바뀐 것뿐이지 그 목적은 IPO와 같다. 이 경우 회사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주식처럼) 회사 소유권의 일부를 얻거나, 회사가 운영 중인 서비스에서 가상화폐를 현금 대신 이용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알트코인 발행을 위한 ICO란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는 ICO를 말한다.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느린 거래처리 속도, 대규모 데이터 처리의 어려움, 블록체인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 종류의 부족함 등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단점을 개량하기 위해 많은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이 개발되었고, 해당 블록체인이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알트코인을 발행한 상태다. 알트코인 발행을 위한 ICO의 경우 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 자사 기술의 성과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알트코인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세대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알트코인 발행을 위한 ICO의 경우 가상화폐를 구매한 사용자들에게 아무런 이익을 약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소유권도, 회사 서비스에서 화폐 대용으로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경우 투자자는 해당 가상화폐를 타인에게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방법밖에 없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단지 공개된 기술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발행한 후 알트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과 자료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ICO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둘은 그 목적이 전혀 다른만큼 구분해서 표현해야 한다. 현재 ICO는 대부분 알트코인 발행을 위한 ICO에 치중되어 있지만, 자금조달을 위한 ICO도 점점 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ICO도 존재한다. 최초의 ICO였던 이더리움도 두 가지 목적을 함께 추구하기 위한 ICO였고, 텔레그램도 텔레그램 운영 자금 확보와 함께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인 'TON(Telegram Open Network)' 출시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상장한 기업들도 뛰어드는 가상화폐공개... 리버스 ICO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ICO가 최근 상장을 통해 나름 자리를 잡은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은 지난 2월 MWC 2018에서 자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라쿠텐 슈퍼 포인트'를 '라쿠텐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쿠텐뿐만 아니라 한국의 양대 IT 기업인 라인(네이버)과 카카오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두 회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한 후 이를 토대로 가상화폐를 발행할 것이란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라쿠텐은 일본거래소 1부에, 라인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카카오는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이다. 이렇게 상장되어 있는 기업이 ICO를 진행하는 것을 '리버스 ICO'라고 부른다.

리버스 ICO의 목적은 일반 ICO와 다르다. 성장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다. 리버스 ICO의 목적은 기업의 서비스 생태계에 프리미엄을 더하고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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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 로고. 라쿠텐 제공>

라쿠텐의 사례를 살펴보자. 라쿠텐 슈퍼 포인트는 라쿠텐 이치바(라쿠텐이 운영하는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 라쿠텐 뱅크(라쿠텐이 운영하는 인터넷 은행), 라쿠텐 모바일(라쿠텐이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 단 라쿠텐은 일본에 제 4의 이동통신사 설립을 신청한 상태다), 라쿠텐 카드(라쿠텐의 신용카드 서비스) 등 라쿠텐이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다. 라쿠텐 슈퍼 포인트가 라쿠텐 코인으로 개편되면, 라쿠텐 코인으로 라쿠텐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라쿠텐이 그 가치를 보증하면서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는 가상화폐가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라쿠텐 코인은 가상화폐인 만큼 환율, 환전 수수료 등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라쿠텐은 이러한 가상화폐 발행을 위해 지난 2016년 블록체인 스타트업 '비트넷'을 인수한 바 있다.

라인, 카카오 역시 라쿠텐과 같은 이유로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두 회사는 라쿠텐처럼 다양한 O2O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가상화폐를 도입해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더하고 사용자들을 묶어둘 계획으로 풀이된다.

조금 당황스러운 사례이지만, 국가가 ICO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리버스 ICO의 일종이다. 베네수엘라는 정부 주도하에 가상화폐 '페트로(Petro)'를 판매하고 있다. 페트로를 구매하면 석유, 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얻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유럽연합 등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일반 금융거래가 동결된 상태다. 때문에 가상화폐를 이용한 우회성 금융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중국에서 ICO는 불법... 다른 국가는 관망 중

많은 경제 언론과 전문가들이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것에 우려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기업이 투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ICO를 진행하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IPO라는 검증된 투자금 모집 수단을 두고 ICO라는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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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는 국가 차원에서 가상화폐인 페트로를 발행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출처는 플리커>

지난 해 9월 중국 정부는 형태와 관계 없이 모든 ICO를 금지했다. 같은 시기에 한국 금융위원회도 모든 ICO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 발표 이후 이를 강제하기 위한 법률 개정은 아직 진행된 상태가 아니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진행된 ICO는 단 한 건도 없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ICO도 한국과 중국에 거주할 경우 참여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ICO가 합법인 국가에서 ICO를 시도하고 있다. '아이콘(ICON)', '보스코인(BOSCoin)'은 스위스에서 '메디블록(Medibloc)'은 지브롤터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한 상태다.

스위스는 현재 국가 차원에서 ICO를 지원하고 있다. 스위스 연방금융감독청(FINMA)이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은 ICO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가 악용되는 것을 막고 ICO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CO가 IPO와 대등한 기업 투자금 모집 수단이 될수 있을지 열쇠는 결국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이 쥐고 있다. 지난 해 7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ICO에 연방증권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방증권법이 정한 규제에 따라 코인 구매자들에게 주주와 동일한 권한을 주면 ICO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ICO에 어떤 규제를 적용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 글은 작성을 위해 배정훈 핀다 CFO 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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