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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첫 여성 국장에 ‘물고문 주도자’ 지명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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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나 해스팰, 물고문 등 가혹행위 경력

2002년 타이 비밀수용소 책임자로 물고문

가혹 심문기법 옹호자…인준과정서 격론 일듯



한겨레

중앙정보국 사상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지명된 지나 해스팰.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기법 지지 경력으로 인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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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 사상 최초의 여성 국장 지명자인 지나 해스팰(61)가 물고문 등을 주도한 경력이 있어, 인준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해스팰은 지난 2001년 9·11테러 1년 뒤인 2002년 타이에 있는 중앙정보국 비밀수용소 책임자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테러 용의자들을 상대로 물고문 등 가혹 심문행위를 주도했다.

‘고양이의 눈’이라는 암호명의 이 수용소에서는 해스팰의 책임 아래 중앙정보국 하청 심문관들이 한 알카에다 용의자를 상대로 3번이나 물고문하고 다른 잔인한 심문기법을 동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해스팰은 이 비밀수용소를 운영하면서, 중앙정보국의 반테러 프로그램에 깊숙이 개입했고, 용의자를 외국으로 빼돌려 구금해 심문하기 등에 가담하는 적극적 의사를 보였다. 그의 이런 역할은 중앙정보국의 가혹 심문 행위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조사 과정에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문’을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이런 경력을 가진 그의 중앙정보국장 지명은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기간 동안 물고문을 지지하고 “고문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스팰은 인준 과정에서 물고문을 옹호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해야만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중앙정보국장 지명으로 물고문, 잠 안 재우기, 용의자를 좁은 박스에 가둬두기 등 중앙정보국이 9·11테러 뒤 10여년 동안 구사했던 가혹한 심문기법들이 다시 공개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스팰은 또 이런한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 기법의 은폐에도 가담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중앙정보국 비밀공작 책임자였던 조세 로드리게즈가 물고문 장면 비디오테이프 파괴 등 가혹 심문행위 자료 파기를 명령하자, 해스팰이 이를 충실히 집행했다. 당시 로드리게즈의 비서실장이었던 해스팰은 이 테이프 파기를 파기하자는 적극적 주창자였다고 중앙정보국 관리들이 전하고 있다.

9·11테러 사건과 관련해 2002년 체포된 알카에다 용의자 아부 주바이다라는 타이의 비밀 중앙정보국 수용소로 옮겨져, 가혹한 심문을 당했다. 그는 한달에 83차례나 물고문을 당해 죽음 직전까지 갔으나, 심문관들은 그를 다시 회생시켜 거듭 심문했다. 해스팰이 이 수용소 책임자로 부임한 10월은 주바이다라에 대한 고문 심문이 끝난 뒤였다. 하지만 11월 중순 또 다른 알카에다 용의자인 압달 라힘 알나시리가 이 수용소 넘겨져, 해스팰의 책임 하에 3차례나 물고문을 받았다. 2002년 12월에 이 수용소는 폐쇄됐고, 해스팰은 워싱턴 반테러센터의 공작관으로 복귀했다.

중앙정보국 반테러센터에서 최고 법률책임자로 일했던 로버트 이팅어는 “해스팰이 인준을 받으려 하는 것이 부럽지 않다”며 “상원의원들에게는 고문 프로그램에 개입된 사람을 앞에 두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첫 기회가 될 것이며, 그들은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전쟁에 전쟁포로로 고문을 당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체포한 구금자들에 대한 고문은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장의 하나였다”며 “상원은 이 불명예스러운 프로그램에서 지나 해스핼의 기록과 개입을 검증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1985년 중앙정보국에 들어온 해스팰은 남성이 주도하는 정보기관에서 주로 비밀요원으로 일해오며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중부유럽 국가들을 시작으로 터키,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오랫동안 해외 요원으로 일했다. 해스팰은 2011년 뉴욕 지부장으로 근무하며 연방수사국과 공조해, 오사마 빈라덴 체포 작전에 관여했다. 그는 중앙정보국 비밀공작 부서의 최고직 3개 중 2개를 역임하는 등 자신의 물고문 관여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중앙정보국 내의 스타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의회에서 2014년 당시 상원 정보위원장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중앙정보국 가혹행위 조사보고서가 나오면서, 해스팰의 역할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스팰을 중앙정보국 부국장으로 임명하자 그에 대한 반대가 있었으나, 중앙정보국 가혹행위 조사를 주도했던 파인스타인의 지지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파인스타인은 그의 중앙정보국장 지명에 대해서는 “최고 책임자와 제2인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며 이번에도 그를 지지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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