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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바쁜 새학기②]“우리 애만 왕따될라”…학생 모임보다 무서운 학부모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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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ㆍ교우 관계 위해” 학부모 모임 유행

-“나 혼자 빠졌다간 왕따” 걱정에 휴가 내는 부모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올해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딸을 둔 직장인 황모(39ㆍ여) 씨는 이달 말 아예 휴가를 내고 직장을 쉬기로 했다. 학년 초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모이는 ‘학부모 총회’ 때문이다. 이 주에만 학부모 총회를 시작으로 부모 교육, 친목 모임이 이어졌다.

황 씨도 처음에는 공식 행사인 총회에만 참석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딸과 같은 반이었던 다른 학부모가 ‘입시 정보를 잘 아는 어느 엄마가 이번에 우리랑 같은 반이 됐다’고 말하자 생각을 바꿨다. 황 씨는 “요즘에는 학부모 모임에서 학원 정보 등이 공유되는데다 아이들 교우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부모들끼리 먼저 얼굴을 터야 아이들도 학교생활을 잘 한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사진=헤럴드경제DB]


매년 개학 초 실시하는 학부모 총회와 모임을 두고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대부분 평일 업무시간 중에 주로 총회가 열리면서 직장이 있는 학부모들의 경우에는 참석이 어렵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혼자 놓치는 것은 아닌가 걱정에 휴가를 내고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공식 행사인 ‘학부모 총회’의 경우 하루 휴가를 내고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많지만, 뒤이은 비공식 모임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둘이나 두고 있는 직장인 박모(38) 씨도 지난해 처음 학부모 모임에 참석했다. 아내가 중요한 업무 때문에 학부모 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되면서 남편인 박 씨가 대신 휴가를 내고 모임에 참석했다.

박 씨는 “막상 모임에 참석해보니 아버지가 총회에 참석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시간이 되는 쪽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아버지 모임도 따로 만든다고 해서 참석할 예정”이라며 “요즘에는 아버지들 사이에서의 정보도 중요해졌다고 하니 휴가를 내서라도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부가 모두 휴가를 내며 참석한다 하더라도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에는 학부모 모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어쩌죠’라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학부모들은 공통으로 “어렵게 시간을 내더라도 정보 공유와 혹시 모를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학부모 모임이 늘어나면서 부담스럽기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학교는 아예 학기 초마다 과도한 학부모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55) 씨는 “올해도 학부모 10여명이 학년 초에 모임을 갖는다며 나를 초대했다”며 “주변 다른 교사 중에는 학부모 모임에서 아이들 성적 얘기를 잘못 꺼냈다가 1년 내내 시달린 경우도 있어 그런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초대를 거절할 수도 없어 힘들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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