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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리뷰] 'PD수첩' 가해자보다 더 고통받는 '미투' 폭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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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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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 'PD수첩'이 '미투' 폭로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조명했다.


13일 오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미투(Me, too)'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를 주제로 2차 피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국악단부터 방송국, 대학원, 경찰 등 여러 분야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들이 이날 전파를 탔다.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에서는 예술감독 조모 씨의 성추문이 불거졌다. 여성 단원들을 상대로 뒤에서 껴안고 "남편이랑 잘되느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발언을 일삼았던 것. 피해자만 무려 12명에 달했다.


천안시의 조사 결과는 "성추행 사실은 없다"였다. 총무나 수석단원 등만 조사했고, 이들이 조 씨에 유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시의 조사 과정에서 조 씨와 가까운 한 단원에 조사를 요청한 피해자들의 이름이 귀에 들어가면서 단원들은 2차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국악계에서 일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한 단원은 이들에게 "국악계에 같이 오래 있었던 분들이 '네가 그분을 감옥에 보낸 1등 공신인데 어떻게 여기서 앞으로 나가겠느냐'라고 했다"라며 앞으로 국악계에서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남CBS에서 일했던 강민주 PD는 국장의 성희롱을 폭로했다가 불이익을 받았다. 그는 국장에게 성희롱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가 태도 문제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감사 결과 국장은 퇴출됐지만, 강 PD는 두 번째 해고를 당했다. 이사가 위로금을 받을 것을 종용하며 거절하면 또 해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는 'PD수첩'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복직 통보를 받았다.


교수와 조교 간 갑을 관계가 형성된 대학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교였던 이혜선 씨는 술자리에서 성희롱과 신체접촉을 당했다. 그는 이를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교수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씨는 결국 형사고소를 결심했지만, CCTV 등 증거가 없어진 상태라 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교수에게 명예훼손, 무고 등 4건의 고소를 당했다.


비슷한 일은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에서도 벌어졌다. 19년 차 경찰 임희경 경위는 수시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후배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선배였던 가해자는 타 지역 발령 처분을 받았지만, 지구대장이 자신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며 임 경위를 문책한 것이다.


이후 그는 소위 '왕따'가 됐다. 상부에 제출하는 임 경위에 대한 평판보고서도 악의적으로 작성됐다. 직무유기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반면에 가해자는 단체 카카오톡 방을 나갈 때도 팀원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았다. 임 경위도 함께 있던 방이었다.


지난 6일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추문을 집중 조명했던 'PD수첩'은 후속 보도로 '미투' 폭로 후 고통받고 있는 일반인 피해자들의 모습을 방송했다.


대부분 조직 내에서 아무 힘이 없는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문제 삼았다는 이유로 각종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2차 가해는 때로는 해고 통보로, 때로는 왕따로 찾아왔다. 참고 넘어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조직을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였다.


물론 혐의를 두고 양 측의 입장이 갈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입증됐음에도 "조직을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여러 형태의 불이익에 시달렸다.


이런 일들은 위계를 이용한 조직 내 성폭력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피해자들의 입에는 재갈이 물리고, 가해자들의 욕구에는 날개가 달린다. 성폭력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 시점이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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