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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매콤한 양념 탱글탱글한 식감, 전국서 찾아오는 곰장어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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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의 심(心)식당]

베테랑 이탈리안 셰프 윤을희씨 추천

"엄마밥상 같은 편안함에 스트레스 해소"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 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 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입니다. 이번 주는 이탈리안 요리 전문가 윤을희 셰프가 추천한 곰장어집 ‘엉털네숯불꼼장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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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양념에 씹는 식감이 좋은 '엉털네숯불꼼장어'의 꼼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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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셰프가 곰장어집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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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라자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의 윤을희 수석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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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더 플라자’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를 책임지고 있는 윤을희 수석셰프는 22년 차 베테랑이다. 그동안 호텔 식재료 발굴팀인 ‘셰프 헌터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국내외 식재료를 찾아다니다 보니 식당에 갔을 때 재료의 신선도부터 꼼꼼히 따지게 됐다. 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식당을 많이 찾은 덕에 전문가들이 모인 호텔 안에서도 미식가로 손꼽힌다.

자신의 전공인 이탈리안 레스토랑부터 한식 노포까지 두루 꿰고 있는 그가 업무에 지쳐있을 때마다 찾는 곳은 ‘엉털네숯불꼼장어’다. 그는 “숯불에 구운 매콤한 곰장어(먹장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면 어머니가 고생했다고 차려주시던 밥상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특히 매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과 불맛이 이곳의 장점”이라며 “곰장어를 먹고 입가심으로 열무국수까지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동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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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사거리에 자리한 목동 본점 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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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사거리에 자리한 ‘엉털네숯불꼼장어’는 16년째 한 자리를 지켜온 동네 터줏대감이다. 2003년 박영철·강명순 부부가 열었는데 이전까지는 영등포 쪽에서 갈빗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주변에 고깃집이 많았던데다, 다른 곳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곰장어집을 차렸다. 목동으로 옮긴 건 가겟세가 싼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목동사거리에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주변에 상가가 드물어 저녁 시간엔 불을 켠 곳이 이 곳밖에 없었다. 부부표 곰장어는 금세 입소문이 났다. 이른 저녁부터 새벽까지 가게엔 매콤한 곰장어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처음엔 인근 동네주민들이 주로 찾았지만, 지역 주민이 지인에게, 그 지인이 또 다른 이에게 소개하면서 곰장어를 맛보러 찾아오는 단골들이 늘었다. 이젠 인근 부천·인천뿐 아니라 멀리 부산·제주도에서도 온다. 손님이 몰리면서 2009년엔 20분 거리의 까치산역 인근에 2호점을 열었다.

고춧가루 6종류 넣어 매운맛 완성
전국 맛집이 된 비결은 역시 맛이다. 부부는 매콤한 양념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각종 재료를 넣고 빼고 반복하다 터득한 것이 ‘고춧가루의 변주’다. 이 곳 곰장어엔 6종류의 고춧가루가 들어간다. 매운맛이 강한 청양고추나 태양초 같은 다른 종류는 기본. 이것을 다시 곱고 거친 질감에 따라 나눠서 골고루 넣는다. 그래야 양념이 잘 배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양념장은 숙성하면서 감칠맛을 더한다. 곰장어·주꾸미·닭발 등 대표 메뉴는 모두 주문 즉시 이 양념을 묻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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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메뉴는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양념해 내준다. 사진은 꼼장어 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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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강서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신선한 채소를 사 오는 것도 17년째 이어온 부부의 원칙이다. 콩나물·파·마늘·고추·상추 같은 흔한 채소를 사러 굳이 도매시장까지 가는 건 더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기 위해서다. 모든 음식의 기본인 소금은 가게에서 5년 이상 간수를 뺀 후 사용한다. 쓴맛이 안 나고 깔끔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연애 땐 가게일 돕다 결혼 후 가업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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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사위인 우진혁씨가 맡아 운영하고 있는 2호점 까치산역점 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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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비결은 가족이다. 부부는 1남 3녀를 뒀다. 이중 큰딸과 둘째 딸은 어릴 때부터 가게에 나와 부모 일을 도왔다. 사위들도 마찬가지다. 첫째 사위인 이동희(39)씨와 둘째 사위 우진혁(36)씨는 연애 시절부터 가게에서 일을 도왔다. 이씨는 “연애를 9년 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려면 가게에 올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장인·장모표 맛있는 곰장어도 두 사람을 가게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씨는 “곰장어를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자주 찾게 됐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에 합류했다. 지금은 이씨는 목동 본점을, 우씨는 까치산점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저녁에 문을 열어 새벽까지 일해야하는 데다 식당일 자체가 힘들지만 가족이 함께하다 보니 서로 큰 힘이 돼준다고 한다.

곰장어 구울 땐 수북하게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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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장어는 삼겹살처럼 일렬로 세워서 구우면 금방 타버린다.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올려 재빨리 구워야 촉촉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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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곰장어를 굽는 것도, 불판 교체도 스스로 해야 한다. 워낙 손님이 많아 일일이 챙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맛있게 굽는 법을 알아두면 편리하다. 큰사위인 이동희씨는 “삼겹살 굽듯 굽지 말라”고 조언했다. 곰장어는 양념이 묻어있어서 타기 쉽다. 촉촉한 식감을 살리려면 한 마리씩 올리지 말고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올려서 빨리 굽다가 한 번씩 위아래 위치를 바꿔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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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담가 시원한 열무국수는 입가심 메뉴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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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면 매콤한 곰장어에 부드러운 계란찜, 시원한 열무국수를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곰장어·주꾸미·닭발 모두 매운맛 정도는 주문할 때 미리 얘기하면 조절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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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행하는 폭탄달걀찜 안주. 엉털네숯불꼼장어에선 10여년 전부터 만들어온 인기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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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곰장어·닭발·주꾸미 각 1만2000원씩(한 접시), 열무국수 5000원, 계란찜 5000, 날치알주먹밥 3000원

글·사진=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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