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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생사람 잡는다" 무고죄로 반격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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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문제 사실 있다면, 무혐의 받아도 무고죄 성립 어려워…미투 걸림돌 안돼"]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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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지역의 한 대학교에 'A 교수(당시 34)가 성추행을 했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당시 학생이던 B씨(27)는 목격자와 증거사진까지 있는 것처럼 꾸며 대자보를 작성했다. A 교수는 괴로워하다가 같은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교수의 성추행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B씨는 재판에서 명예훼손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C씨(32)는 2013년 서울 이태원 한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여성은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하지만 C씨의 휴대전화에서 여성이 보낸 "보고싶다", "좋아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확인되면서 무고죄가 성립됐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방위로 확산 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일부가 '무고죄'나 '명예훼손죄'로 맞대응할 조짐을 보인다. 남성을 중심으로 "한쪽의 증언 만으로 생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식의 우려도 나온다.

위 사례들처럼 실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성폭력 폭로가 무고로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아가 이 같은 의심의 눈초리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글 "무고죄 형량을 늘려주세요"의 국민청원이 13일 오후 3만2000명을 돌파했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무고죄 형량을 늘려달라는 글도 하루평균 10~15개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무고죄는 타인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경찰서나 검찰에 신고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피해 사실이 있다면 상대방이 무혐의를 받더라도 무고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법적 다툼 끝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에서 혐의를 벗더라도 논란이 된 행위 자체가 존재했다면 피해를 주장한 사람을 무고죄로 처벌하기란 힘들다는 뜻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허위사실이라는 증거가 확실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성범죄로 의심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면 무고죄가 성립되기 쉽지 않다"며 "최근 성범죄를 다뤄온 1년 6개월 동안 무고죄가 성립되는 사례를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300건 이상의 성범죄 사건을 진행해봤지만 상대가 무고죄로 고소하는 경우는 100명 중 한두명이고 무고죄가 성립되는 경우는 더 적다"며 "무고죄가 두려워서 미투 운동의 움직임이 약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개적인 폭로를 했을 때 명예훼손죄 처벌 여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필우 변호사는 "지금 수많은 미투 운동이 형법 307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판례를 보면 오로지 공익 목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했을 때는 성립이 안 되지만 공적 인물이 아니면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벌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승우 변호사는 "지금 사회 분위기로 봤을 때 미투 운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로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명예훼손죄를 재정립하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로서는 상대방이 공적 인물이 아니라면 공개 폭로는 명예훼손을 염두에 둬야겠지만 고소·고발 등에서는 무고죄 등 맞고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성범죄 사실을 진술할 때 일관되고 최대한 상세히 진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철 법률사무소 대건 변호사는 " 고소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무고죄에 당한다는 두려움을 갖지 말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진술을 해야 한다"며 "피해 사실이 존재한다면 무고죄가 성립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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