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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음모설에 진흙탕 된 금융권, 결국은 官治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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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사장 재임 당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결국 사퇴했다. ‘최초 민간 출신’으로 주목받으며 취임한지 불과 6개월만이다. 그는 “불법 행위는 아니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맡은 기관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물러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일견 청렴해 보이지만 불과 반나절 전 임직원 메일을 통해 “엄정히 사실을 규명할 것”이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동이다. 뭔가 어색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른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모설이 불거지는 이유다. 오는 23일 주총을 앞두고 연임에 비판적이던 금감원장을 그대로 둘 수 없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측의 반격이란 것이다. 그간의 정황으로 보면 놀라울 것도 없다.

최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작심한 듯 김정태 회장이 무리하게 ‘셀프 연임’ 욕심을 부린다고 비난하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아예 하나금융에 경고조치를 하고 대놓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일정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민간회사 CEO 인사는 자율”이라 반발하며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결정했다.

감히 금감원장이 눈을 부릅뜨는데 그걸 무시하고 막가파식 3연임 결정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개 금융회사 회장이 현직 금감원장을 쫒아냈다는 것은 더 말이 안된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금융기관 수장을 밀어내려하는 쪽과 유지시키려하는 쪽의 서로 다른 보이지않는 손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아예 김 회장의 손을 떠난 성층권의 다툼일 것이란 얘기다. 입맛에 맛는 금융기관 수장을 앉히려는 것 그게 관치의 본모습이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예외겠지만 대부분의 민간 금융사엔 정부의 지분이 전혀 없다. 금융권에 논공행상을 할 일이 아니다. 경영진 연임은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맡기면 된다. 주주들은 경영실적으로 판단한다. 그건 보고서와 주가로 나타난다. 금융당국은 투명 공정 경영을 감시하고 불법과 탈법을 적발하면 된다. 지배구조 변경으로 장기집권을 막으려면 그에 맞는 절차를 정당하게 밟으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음모설의 진위 여부가 아니다. 관치의 폐해를 이참에 끊어야 한다. 안그래도 막대한 이자 수익으로 착취적 영업이라며 비난받는 금융권이다. 여기에다 음모설로 자리를 두고 진흙탕 싸움만 벌이는 곳으로 인식되어 버리면 금융권의 신뢰는 되돌릴 수 없다. 그 원인이 관치라면 책임은 무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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