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한 이유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서부지검=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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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 안희정, 법정 다툼 위해 피해자 사과 안 한 듯
[더팩트ㅣ서울서부지검=신진환 기자]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지난 5일 김지은 충청도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잠적했던 안 전 지사는 나흘 만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앞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과 도민 여러분, 죄송하다.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엔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자진 출석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검찰에 출석한다는 소식도 갑작스럽게 알려졌다.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오후 3시 40분께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 전 지사의 자진 출석을 알렸다.
애초 안 전 지사는 전날 충남도청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일정을 취소하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조속히 나를 소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정무비서를 성폭행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서울서부지검=이효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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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지사의 '돌발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검찰이 소환 일자를 잡기도 전에 제 발로 수사기관을 찾아갔다.
범죄 혐의자가 검찰에 자진해서 찾아가는 일은 위법은 아니지만 이례적인 일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는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먼저 조사한 뒤 가해자를 불러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법조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준 변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무상으로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원칙상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사실을 특정한 뒤 피의자를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형사전문 A 변호사도 안 전 지사의 자진 출석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안 전 지사가 자진 출석했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검찰이 자진 출석한 안 전 지사를 조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러한 통상적 절차를 밟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날 피해자 김 씨를 불러 조사하고, 김 씨가 지난달 25일 네 번째 성폭행을 당한 곳으로 주장한 마포구 A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해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증거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 씨는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또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안 전 지사로부터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네 차례 성폭행과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자신의 정무비서를 성폭행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5시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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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지 않은 안 전 지사가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에 출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지사가 '자수 아닌 자수'의 의지를 보여 구속 등 자신에게 불리할 상황을 차단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도주할 의중이 없고 소위 '자진 납세'해서 증거를 인멸할 뜻이 없다는 의도를 검찰에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 전 지사가 일찌감치 검찰에 출석해 비난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과 출마를 선언한 측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된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던 안 전 지사가 김 씨와 법적 다툼을 벌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지사는 국민과 도민, 가족에게 사과하고 미안함을 전했을 뿐 김 씨를 언급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일방적 검찰 출석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안 전 지사와 참모들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선제적으로 검찰에 나가 방어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김지은 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뜬금없이 검찰에 간 것은 자칫 '쇼'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이다. 이러한 점에서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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