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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춘삼월의 패럴림픽… ‘남북동화’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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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한반도기 들고 공동 입장 / 北 선수 2명 출전 불구 우정 기대 / 1991년 탁구 단일팀 주역 리분희, 방남 가능성… 현정화와 재회 이목

한국 탁구의 ‘전설’ 현정화(49) 렛츠런 감독의 입버릇은 “분희 언니 만나고 싶다”이다. 이산가족 못지않은 그리움을 품게 된 사연은 온 국민이 다 안다. 현 감독은 북한 리분희(50)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과 함께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46일간 합숙훈련을 하며 정을 쌓았지만, 분단의 벽에 가로막혀 생이별했다. 현 감독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때 짧은 만남 뒤 25년 동안 리분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2014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리분희가 방한 예정이었다가 막판에 어긋나 아쉬움이 더하다.

세계일보

현정화(왼쪽)와 리분희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앞서 다정한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만날 사람은 반드시 다시 본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은 동서고금의 이치다. 오는 9월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두 사람의 해후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아들이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리분희가 평창에 올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에서 아직 패럴림픽 참석자 명단을 보내 오지는 않았지만, 리 서기장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기쁜 건 처녀 시절 만나 ‘애 엄마’가 될 때까지 리 서기장을 잊지 못한 현 감독이다. 현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언니가 온다면 이번은 꼭 재회해서 따뜻한 식사 한끼 대접하겠다. 아이들 키운 얘기 등 살아온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세계일보

패럴림픽 성화 합화식 이희범 조직위원장(왼쪽 네 번째), 박원순 서울시장(〃다섯 번째) 등이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성화 합화식 행사에서 8개의 불꽃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8개의 불꽃은 경기 안양·충남 논산 등 5곳에서 채화된 성화와 패럴림픽 발상지인 영국 성화, 1988 서울 패럴림픽 성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디지털 성화 등이다. 패럴림픽 성화봉송은 2일부터 9일까지 8일간 ‘동행’을 뜻하는 2인1조로 총 800명의 주자가 참가한다. 연합뉴스


패럴림픽 기간 춘삼월의 ‘남북 동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결정에 따라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역대 패럴림픽 최초로 공동 입장한다. 다만 선수단 규모는 한국이 6개 전 종목에 선수만 36명인데 북한은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27), 김정현(18) 등 2명이 전부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한국 노르딕스키의 신의현(38·창성건설)은 북한 선수들과의 진한 우정을 기대하고 있다. 신의현은 지난 1월 독일 오베리드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바이애슬론 12.5㎞ 남자 좌식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마유철과 김정현도 이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해 패럴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는데 세 선수가 대회장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더욱 쉽게 친해졌다. 신의현은 “내 경력이 좀 더 되다 보니 스키를 타는 기본자세 등을 알려줬다. 평창에선 두 동생에게 고글 등 다양한 장비를 선물하고 싶다”며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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