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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제왕적 대통령’ 권한 나누기…‘총리 누가 결정하느냐’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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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로 쓰는 헌법 2018 ③ 권력구조

‘대통령제 선호’ 국민여론 눈치 보며

민주 ‘4년중임제’ 사실상 당론 채택

야권은 ‘분권형 대통령제’에 힘실어

민주당 ‘책임총리제’ 내실화에 무게

한국당 “국회 선출 총리가 내치” 주장

야권 혼합정부론 ‘의원내각제’ 가까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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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뤄진 9차례의 개헌에서 4·19혁명 직후 3·4차 개헌(1960년)과 6월 민주항쟁으로 쟁취한 9차 개헌(1987년)을 제외한 모든 개헌은 권력자의 집권 또는 정권 연장을 위한 것이었다. 최고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정부형태를 규정한 권력구조를 바꿨다. 하지만 10차 개헌은 다르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논의중인 권력구조 분야 개헌의 열쇳말은 ‘분권과 협치’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나누고 분산할 것인지가 개헌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치권은 현재 대통령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의원내각제나 이원정부제(혼합정부제)로 바꿀 것인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형태를 ‘외적’으로 규정한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외형’보다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할 방법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의 힘으로 쟁취한 ‘87년 체제’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다수 대통령들은 헌법이 부여한 권력을 오남용하거나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검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양손에 쥐고 사법부까지 발아래 두려고 한 대통령들은 현대국가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을 무력화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부형태 분과 소속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부터 박근혜까지 시작은 ‘제왕’으로 하지만 정권 말에 가면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협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위원인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개헌토론회에서 “우리 대통령들은 (스스로를) 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국민 과반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데 이겼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이 제일 문제였다. 이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권력을 나눠야 한다”며 ‘분권’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고 삼권분립 속에 협치를 도모”한다고 공약했다.

대통령 간접선거제와 의원내각제 등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9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를 도입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 여론은 일관되게 ‘의원내각제로 변경보다는 현행 대통령제 유지’ 쪽이다. 이를 의식한 듯, 현재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대통령제’라는 틀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며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정했고, 자유한국당도 지난 9일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당론이 될 것”(김성태 원내대표)이라며 3월 중순께 당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형태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여당은 “사실상의 의원내각제”라고 보고 있다. ‘국무총리를 누가 결정하느냐’가 이 문제의 기준선이다.

현행 헌법 86조에, 총리는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임명동의 투표)를 얻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의 정종섭 의원은 지난 22일 개헌 의원총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총리는 국회에서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의 비대한 권한을 대통령과 총리가 나누고(분권), 총리는 의회 다수파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하되 분권형 대통령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전인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4년 중임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해 ‘국가 원수’ 지위에서 외치의 일부 권한을 갖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행정부 수반’으로서 내각을 통할하고 내치를 관장하는 방안을 ‘3당 합의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오스트리아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는 6년 임기에 연임 가능한 대통령을 국민이 직선으로 선출하지만, 대통령은 전통과 관례에 따라 권한 행사를 유보하고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행정수반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해 ‘무늬만 혼합정부’일 뿐 의원내각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어 내각을 통할하는 제도를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로 명명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 채 ‘책임총리제’ 실행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쪽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총리의 국무위원(장관)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행정 각부 통할 등의 권한을 실질화하자는 것이다. 여야 모두 ‘대통령제’를 내걸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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