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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부 일자리 추경 ‘만지작’…“청년취업 급해” “논의 너무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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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여력 남아 실업 문제 해결 위해 추가 편성 추진

전문가들, 기존 예산 남아 있고 개선 효과에 의문 제기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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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 석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정부가 벌써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키 위해 추경을 언급했지만, 학계 등에선 추경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단기적인 실적에 얽매여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들이 추경을 언급한 계기는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향후 3~4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라고 했으며, 관계부처를 질타하기도 했다. 기재부 등은 그 뒤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최근에는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추경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추경은 전년도 예산에서 남은 금액과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해 추가적으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대규모 재해나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특별한 사유에 편성토록 돼 있다. 지난해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추경을 편성했을 때 일각에서는 추경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에코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에 따른 대량실업이 우려된다며 추경을 편성했다.

25일 현재 정부의 재정여력을 보면, 올해 다시 추경을 편성한다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잉여금에서 추경예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조537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또 올해 초과세수가 14조원에서 많게는 2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어, 이를 감안하면 20조원 이상의 추경도 예상할 수 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무리해서 추경을 지출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세수가 더 걷혀 추경을 하게 된다면 반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추경의 효과를 살펴보면, 추경을 과연 청년일자리 문제의 해결사로 봐야 하는지 의문도 생긴다. 지난해 추경이 집행된 뒤인 3분기와 4분기 사이 20대 실업률은 9.3%에서 9.1%로 0.2%포인트 감소했다. 전년도 3분기와 4분기 사이에 1.1%포인트 내려간 것과 비교해 오히려 개선세가 미약해진 것이다. 반면 50대 실업률은 지난해 말 0.5%포인트 내려가 전년도에 비해 확연한 개선세를 보였다. 추경으로 중년층 이상을 위한 임시직이 양산된 영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경이 청년실업률 해소에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청년들을 위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공무원을 뽑는 방법밖에 없을 텐데, 추경으로 늘리는 일자리들은 임시직 중심이라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해볼 만한 시도지만, 추경까지 동원하는 것은 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심지어 기존에 편성한 일자리 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소·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이 장기 근속하도록 도움을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을 진행했는데, 1946억원의 예산 중 실제로 쓰인 돈은 1077억원(55%)에 그쳤다. ‘고용유지지원금’ 사업 역시 연간 850억원 규모의 사업을 계획했지만 실제 집행은 61%인 518억원에 그쳤다.

추경이 필요하다면 청년일자리 문제보다 한국지엠 사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량실업이나, 향후 혹시나 생길지 모를 내수·수출의 동반침체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진 교수는 “물론 이 역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현재의 추경 논의는 정부가 너무 조바심을 가지고 단기적인 실적을 내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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