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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K팝 열기에 젖은 파리… "방탄소년단 춤도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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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韓流 인기에 힘입어 K팝 댄스학원 수강생 급증

"허리를 부드럽게 앞으로 밀어 상체를 움직이세요. 엉덩이는 뒤로 빼면서 미끄러지듯 동작을 이어가 봐요."

지난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시내 북동쪽 20구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 한국의 5인조 보이 그룹 에이스의 노래 '콜린(Callin')'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프랑스 여학생 20여 명이 강사 안시 오시(27)씨의 춤 동작을 따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스포츠웨어는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 이곳은 파리에서 처음 K팝(KPOP) 댄스를 가르치는 KDA('K팝 댄스 아카데미'의 약자) 학원이다.

조선일보

파리에서 K팝 춤을 가르치는 학원 ‘K팝 댄스 아카데미(KDA)’에서 프랑스 여학생들이 한국 걸 그룹 레드벨벳의 노래 ‘피카부’에 맞춰 춤을 배우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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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A는 유럽의 한류(韓流) 열기를 타고 나날이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2011년 설립했을 때 학생은 여섯 명이었고, 2014년에는 12명으로 명맥을 이을 수준이었다. 그러다 K팝이 유럽에서 저변을 넓혀 가자 수강생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나이대별로 3개 강좌에 학생 55명가량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2016년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파리에서 샤이니, 방탄소년단 등이 합동 콘서트를 연 것을 계기로 K팝 인기가 급상승한 덕분이다.

보이 그룹 샤이니의 영문 이름인 'SHINEE'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던 여고생 슈사 메다위(17)는 2년간 KDA에서 춤을 배우면서 웬만한 K팝 춤은 섭렵했다. 정규 과목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교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슈사는 "대학생이 되면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소르본대학에서 유럽지역학을 전공하는 리아(21)는 다양한 외국 음악을 듣다가 K팝을 듣고서는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리아는 "1년 반 전 K팝 마니아인 친구와 함께 서울을 여행하며 조계사·경복궁 등을 돌아봤을 때 즐거웠다"고 했다.

K팝이 갈수록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노래와 춤 모두 개성이 뚜렷한 강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페인에서 파리로 교환학생으로 온 빅토리아 푸에테스(23)는 "대중음악이 유럽은 너무 정적이라 얌전하고, 미국은 폭력과 섹스로 물들어 있어서 지겨운 데 반해 K팝은 선율이 아름다운 데다 화려한 춤을 갖고 있어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고 했다. 중국계 이민 2세 여고생인 셀린 펑(17)은 "중국 문화에 더 익숙하지만 대중음악은 한국이 최고"라며 "장면 전환이 빨라 뮤직비디오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KDA 학생들은 아침저녁으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K팝 뮤직 비디오를 즐긴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팀을 짜서 K팝 댄스를 연마해 프랑스의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KDA 학원비는 연간으로는 280유로(약 38만원)이고, 매달 내면 월 35유로(약 4만7000원)라서 저렴한 편이다. 아직은 스포츠센터의 연습장을 빌려 주말에만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학생 수가 최근 불어나면서 내년에는 자체 강의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KDA 외에도 K팝을 가르치는 학원이 최근 파리에서 두어 곳 추가로 생겼다. KDA 강사 안시 오시씨는 "K팝과 춤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일한다는 얘기를 하면 파리 사람들도 'K팝이 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냐'고 되물으며 깜짝 놀란다"며 "앞으로도 유럽의 K팝 마니아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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