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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평양과기대 수업중 시장경제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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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설립 특성화大 전유택 총장

“대북 송금 제한으로 의대운영 차질, 한국 의료기술 지원땐 큰 도움

일각의 해커 양성 우려는 오해”

동아일보

전유택 평양과기대 총장은 “의대 육성을 비롯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에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의학 기술과 의대 운영 노하우가 북한 의료진 양성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전유택 평양과학기술대 총장(77)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특별강연 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미교포인 전 총장은 지난해부터 평양과기대에 의대를 설립해 수준 높은 의학 교육을 진행하려 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자금 송금과 미국인 방문 제한 등)로 의대 건물 건립과 교수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한국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는 북한의 과학기술 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 남북이 공동 설립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다. 2010년 10월 개교해 지금까지 졸업생 520여 명을 배출했다. 컴퓨터, 통신, 농업, 의대, 치대 같은 이공계 전공뿐 아니라 경영, 국제금융 같은 학과도 개설돼 있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하며 교수진은 미국(재미교포 포함)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호주, 핀란드 등의 대학에서 자원한 교수들로 구성해왔다.

그는 “북한에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싶어 하는 한국 의사가 많고, 북한은 보건의료 분야 진흥에 관심이 많다”며 “평양과기대 의대 육성에 한국이 도움을 준다면 교육 분야의 남북 간 이해가 확대되고, 북한 교육의 질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가 ‘해커 인력 양성’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가 해커 인력과 상관없다는 건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 총장은 “수업 중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세금이나 자유무역 같은 시장경제 관련 내용도 질문하곤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고와 표정이 모두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북한에서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매년 진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만큼 학생 수준이 높다”며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세계적으로도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 생활여건과 경제적 보상이 따로 없는데도 외국인 교수들이 평양과기대를 계속 찾는 건 학생들의 우수한 실력과 가능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1964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전 총장은 글로벌 석유기업인 걸프오일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에서 석유 탐사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엔지니어다. 2003년 연변과기대 교수진에 합류했고, 2010년부터 평양과기대 부총장을 지냈다. 지난해 4월 평양과기대 2대 총장에 취임했지만, 9월부터는 대북제재로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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