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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포스트 평창'…中의 복잡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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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이후 미국의 대북 전략 파악에 고심하며 신중론 유지할 듯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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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차기 개최국인 중국이 준비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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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남·북간의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25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올림픽 기간 내내 평창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시종일관 복잡해 보였다.

중국의 복잡한 속 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림픽 개·폐막식 불참 결정에서부터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세 차례 가진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달라고 초청할 만큼 시 주석의 올림픽 참석에 공을 들였다.

시 주석의 개막식 참석이 어렵게 되자 문 대통령은 올해 초 가진 한ㆍ중 정상간 전화 통화에서 폐막식 참석 초청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시 주석에 대한 러브콜을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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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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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제한 철폐 올인한 시진핑 방한 힘들었을 듯, 사드 속도 조절론도 한몫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개막식에는 당 권력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폐막식에는 대표적인 중국 여성 정치인 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를 시 주석의 특별대표 형식으로 파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 이어 2월 시 주석의 평창 참여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을 마무리 짓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도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시 주석의 불참 이유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3월로 예정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정치협상회의) 등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빡빡한 중국 내부 정치 일정을 들고 있다.

시 주석이 이번 양회를 통해 중국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 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등 장기집권의 제도적 발판을 놓으려 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중국 측의 설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올림픽 개회식에 상무위원급 고위 지도자를 파견한 데다 폐막식에도 부총리급 이상을 파견한 것이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라는 중국 측의 설명도 전혀 공치사로 취급할 수는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국가 원수급으로 분류되는 상무위원급이 개회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 시 주석이 참석한 것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드에 대한 시 주석의 불편한 심기가 참석 불가에 힘을 실었다는 관측도 일본 매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야후 재팬과 뉴스위크 일본판은 일본의 중국 전문가 엔도 호마레(遠藤譽) 쓰쿠바(筑波) 대학 명예교수와 중국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지난 10월 말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에 관해 '삼불일한(三不一限)' 합의를 했지만 한국이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중국 측이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불일한'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제에 가담하지 않는다', '한미일 협력을 3개국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 '사드의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와 '현존 사드 체제로 운영하면서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제한을 설정한다'는 내용을 뜻한다.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지닌 일본 매체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중국 내부에서 사드 이후 양국 정상화에 신중한 입장이라는 조짐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가시적인 사드 보복조치로 꼽히고 있는 한국 단체관광 비자 신청 금지나 콘텐츠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 업데이트 금지 조치 등이 12월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이후에도 여전히 원상복구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한 베이징의 소식통은 "중국이 한국과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양국 관계 개선에 매우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 남·북, 북·미 대화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지, 평창 이후 미국의 태도에 불안감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 모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이 일시적으로 연기되는 등 중국이 한반도 해법의 선결조건으로 주장해 왔던 쌍중단(雙中斷ㆍ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유사한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 전부터 사드 갈등 때 한국에 대해 날을 세웠던 환구시보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광경이 연출될 것"이라면서 "이 기회를 놓치고 거품처럼 터뜨려 사라지게 하는 것은 죄악과 같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타임스도 논평을 통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교류를 각국 간의 교류, 특히 북·미 교류로 확대해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대문을 진정으로 여는 목표를 향해 계속 진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기대하며 진전을 주시하고 있다. 쌍방이 기회를 잡아 대화로 나서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겅솽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과 미국 간 모순이며 북미 양측이 직접 당사자가 돼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건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한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평창올림픽이 외부요인에 의해 흔들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를 지지해왔고 실제로 외교부 내에 이러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기에는 지난해 한중정상회담 계기 '홀대론'과는 달리 정상 간 신뢰·정책신뢰가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한반도의 긴장완화 분위기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중국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 전인 지난 8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워싱턴으로 보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게 하는 등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인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선박 28척과 기업 27곳, 개인 1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추가하는 등 북한에 호락호락 당근을 내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미국의 추가제재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당분간 큰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신중론을 견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반도 문제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소원해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선행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중국의 입장이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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