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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축제 끝났지만… ‘평창 후유증’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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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폐막… 단일팀 등 논란 불씨 여전

세계일보

축제는 뜨거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열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흥행부진 우려를 씻고 25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선수들은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서 승자와 패자 없이 서로 격려하고 기쁨을 나눴다. 국민은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 선수와 응원단 참여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올림픽 북한 논란, 남남 갈등 도화선 되나

이번 평창올림픽은 슬로건답게 명실상부하게 ‘모두가 하나된’ 축제의 장이었다. 승부에 대한 선수와 국민들의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금·은·동메달 색깔에 따라 희비가 갈리던 것과 달리 경기를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환호했다.

평창올림픽이 남남 갈등 계기가 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평양올림픽’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25일 방남으로 남남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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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이는 유족 천안함46용사 유족회 유족들이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천안함 폭침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와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회사원 이모(39)씨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지만, 하필 이런 사람을 보낸 건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원 홍모(38)씨는 “정부가 유족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스포츠를 너무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 같고, 억지로 만든 평화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국민정서가 2000년대 초반과 사뭇 달라졌다는 점과 젊은 세대의 북한·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거듭 확인됐다”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목격한 것이 핵심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응원단이 과거 3차례와 달리 흥행몰이에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림픽, 국민에 위로 줬지만 아쉬움도”

이번 올림픽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국정농단’ 정국 때부터 축적된 사회 전반의 피로감을 씻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사상 처음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는 스켈레톤과 컬링 종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한 선수들의 어려웠던 성장스토리는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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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0)씨는 “컬링이란 경기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극적인 경기가 연이어 펼쳐지면서 빠져들게 됐다”며 “동료들과 함께 열광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이슈가 청와대로 쏠리는 현상이 올림픽 기간에도 확인된 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1일부터 올라온 올림픽 관련 국민청원은 모두 1962건이었는데 ‘왕따 논란’이 불거진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와 관련한 게시글이 800건이나 됐다. 캐나다 쇼트트랙 킴부탱 선수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무차별 테러로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점도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국민이 문제의식을 표출할 곳이 딱히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진지한 형태의 문제 제기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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